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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 7주차: 안녕하기를.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황제코뿔소 2020. 8. 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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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글을 파주에서 쓰고 있다. 작년에 파주로 이사 왔다는 황정은 작가의 산문 <일기>를 읽은 것은 집 앞 까페에서였지만 말이다. "건강하시기를."로 시작하는 글은 "건강하시기를. 부디."로 끝이 난다. 작가는 자신이 "원고 노동자"로서 자신이 겪고 있는 질환과 극복이라기보다는 버텨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공유한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에서 자신의 "동거인" 그리고 우리 사회로까지 옮겨간다. 

근래 내 동선이 선이라기보다는 점이라는 점을 생각했다.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일할 수 있으니까, 내 주소지에 점으로 머물렀다. 내 동거인의 일상은 점일 수 없다. (중략) 의료인들,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 방역물품 제조공장 직원들, 신중하게 움직인 확진자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각자의 방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n번방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기자들과 최초 증언자, '프로젝트 리셋ReSET'의 활동가들. 타인의 애쓰는 삶은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내게 건강은 충분히 확보된 막연한 무언가였다. 언젠가는 고갈될테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지금은 충분하다는 그런 것. 그렇지 않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뇌어야만 하게 된 지금, 나에게 '남' 걱정은 사치 아니 해서는 안되는 일이 되었다. 나는 삶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 건강만 생각하고 내가 바꿀 수 없는 대상과 상황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고 안녕을 희망하는 얼굴들이 있다. 그들은 '남'이 아니라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안녕, 아무 탈 없이 편안함. 우리네 삶에서 어찌 탈이 없을 수 있으랴. 그럼에도 통유리 밖 조용히 떨어지는 빗방울에 바란다.


안녕하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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