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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9 북한산 족두리봉 (feat. 산책 독서모임)

밖으로/산이 좋아

by 황제코뿔소 2020. 9. 2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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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와 북한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그렇다. 집에만 있으라는 주치의의 말을 아주 성실하게 어기는 중이다. 사실 나 스스로도 등산은 아직 무리이려나 싶었지만 왕복 4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코스로 도전해보았다. 집에서 거리가 꽤나 있는 북한산으로 굳이 간 이유는 바로 전날 북한산 자락에 있는 연수네에서 지인들과 산책(독서모임)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모임에서는 각자 추천받은 시집(https://hworangi.tistory.com/121)을 가져왔다. 본래 우리 모임은 각자 자유롭게 책을 선정하고 짧게 글도 써오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대부분이 글 작성은커녕 자신의 시집을 끝까지, 소수의 시라도 꼼꼼히 읽어오지 못했다. 모임 시간 자체가 늦은 편이었고 함께 저녁부터 먹으니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얼마 없기도 했다. 그래서 몇 사람만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고 인상적인 부분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책 구성원들은 대학에서 만난 같은 과 선후배사이다. 자아가 막 자리잡아가던 20대 초반, 우리는 대학에서 만나 학생회 활동, 자전거 여행, 산악 소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면서 이어진 인연들이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가 내가 아픈 이후로 가까워진 멤버들도 다수 있다. 실제로 이번 독서모임 참가자 모두 나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1번 이상 다녀온 멤버들이다. 이날 참여하지 못한 멤버들까지 다들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오는 길에 연신내 디저트 맛집으로 유명한 1994양과점에 들려 케잌을 사왔다

 

귀가한 민지를 제외하고 남은 4명은 새벽까지 얘기를 나누었다. 역시나 자전거 여행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편안한 시간이었다. 게스트들은 1인1방, 호스트인 연수는 거실바닥에서 잠들었다.

오전에 일정이 있는 지나는 꼭두새벽에 떠나고 연수는 휴일이지만 출근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남은 나와 한솔이는 채식라면을 끓여먹고 길을 나섰다.

 

 

우리는 은평구립도서관과 이어져있는 불광근린공원을 넘어서 시작 지점인 불광중학교에 도착했다. 막 9시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산을 찾은 사람들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향로봉 방향으로 오르던 우리는 갈림길에서 족두리봉 쪽으로 빠졌다. 본래는 향로봉을 찍고 내려오려고 했으나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내내 자주 쉬어가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아무리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았다. 각종 장비들을 넣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지리산 종주(그때도 한솔이가 함께였다)도 했었는데.. 순간 달라진 내 몸을 생각하니 짜증이 올라왔지만 이내 이렇게 다시 등산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렇게 땀을 흘리며 등산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속이 정말 탁 트였다. 북한산은 이름에 ‘악’이 없음에도 돌로 이루어진 구간이 꽤나 많다. 나는 이런 돌산들을 좋아한다. 등반이 주는 고유의 느낌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을 오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솔이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 숨을 고르며 안전하게 오르는데 집중하기도 했다. 족두리봉 근처에서는 자리를 잡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비건인 한솔이가 아침에 손수 구운 콩 블록도 나눠 먹었다.

 

 

다 내려와서 안내판을 살펴보니 갈림길에서 향로봉으로 향하는 경사가 범상치 않았다. 무리하지 않고 족두리봉 쪽으로 내려온 것이 탁월한 결정이었다. 참고로 불광중학교(독바위역)을 시작으로 족두리봉 근방을 쭉 두르는 난이도가 낮은 코스도 있다. 부담감이 훨씬 덜한 코스였겠지만 그만큼 밋밋했으리라. 결과적으로 완벽한 코스였다.

 

 

한솔이가 독바위역 근처 동네 카페에서 사 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연수네로 향했다. 배파크(내 차)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인 없는 연수 집에 들어가 30분가량 쉬었다. 나는 심지어 샤워까지 했다. 북한산 등산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쉼터.. 그렇게 한솔이를 집 가기 좋은 곳에 내려다주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집을 나간 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담아온 추억은 한 아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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