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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인왕산 기차바위

밖으로/산이 좋아

by 황제코뿔소 2020. 11. 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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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악재역 2번 출구 → 김밥싸는 박여사 홍제점 → 청구아파트 단지 내 등산로 입구 → 인왕산 정상 → 기차바위 → 개미마을 → 홍제역

 

 

우리는 아침 9시에 만났다. 그 전날 연수네(연신내)에서 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제 시간에 도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의 멤버는 빽도와 한솔이 그리고 강진이. 강진이는 함께 남미여행과 5번에 걸친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함께했던 서로에겐 둘도 없는 대학동기이다. 최근 1년 동안 재준비한 시험이 있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못한 모양이다.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등산을 계획했고 어느새 등산 버디가 된 한솔이와 로스쿨 준비 중인 노무사 빽도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인왕산은 험하지 않아서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이다. 특유의 성곽과 적당한 바위로 구성되어 있고 경복궁, 광화문, 청와대 등을 서울 시내 한복판을 감상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다만 조금만 올라도 하이라이트 구간에 다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코스를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다. 등산을 꽤나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난이도와 코스의 다양성은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장단점이 분명한 산이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나도 선택지가 있다면 다른 산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 등산의 컨셉은 “가볍게”였다. 근래에 한솔이와 족두리봉 올랐던 것이 항암 및 이식 이후의 첫 등산이었으니 아직은 무리해서는 안 된다. 빽도도 너무 무리되지 않은 등산을 원했다. 이러한 연유로 인왕산이 낙찰되었다.

 

 

인왕산은 솔방울(등산모임) 멤버들과 가장 많이 오른 산이었기 때문에 색다른 시작점을 찾다가 집합장소를 무악재역으로 정했다. 만나자마자 마실 물과 김밥을 샀다. 무악재역 바로 앞인데 왜 홍제점인지 모르겠으나 김밥싸는 박여사에서 김밥 4줄을 사서 우리는 바로 출발했다.

 

한살림 매장이 단지 내에 있다!

 

청구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멀지 않은 입구까지 가는 동안 한적한 단지가 인상 깊었다. 요새 하도 집을 보러 다녀서 그런 듯하다. 단지가 비록 언덕에 위치해있지만 초역세권에 한적한 단지 내부와 등산로까지 있으니 살기 좋아 보였다. 

 

서울 대기를 감싸고 있는 누런 띄 ㅜㅜ
등산로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은평구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이내 성곽길에 이르렀다. 이번에 우리처럼 무악재역에서 시작하게 되면 성곽길을 중간에 합류하게 된다. 독립문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성곽길의 맨 처음부터 찬찬히 올라볼 수 있다. 정확히는 독립문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도 여러 개다.

 

 

이전에 이쪽 코스를 몇 차례 이용했었는데 등산보다는 낙산공원처럼 산책 느낌이 강하다. 시기를 잘 맞추면 코스모스 밭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2018년 10월

 

우리가 합류한 성곽길 지점은 정상으로부터 5분 거리였다. 포장해 온 김밥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바람이 다소 불기는 했지만 등산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경치까지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었다.

 

남미여행과 5번에 걸친 자전거 전국일주를 함께 한 동기이자 내겐 둘도 없는 (여행)친구, 강진이

 

김밥이 맛있었다. 김밥싸는 박여사, 여러모로 훌륭한 김밥집이다. 친절도, 메뉴 다양성, 가격 그리고 맛까지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리 모두가 매우 시장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맛있었다. 빽도가 고른 진미채 김밥은 내가 먹어본 김밥 중에 가장 매운 김밥이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멤버들과 같이 등산할 때 어김없이 막걸리를 까고는 했었다. 하지만 내가 진단을 받고나서부터는 우리 모임에서 술은 매우 뜸해졌고 산에서는 아예 먹지 않고 있다. 등산 자체가 워낙 오랜만이긴 하지만 말이다. 막걸리 대신에 한솔이가 텀블러에 담아온 따뜻한 물로 카누를 만들어서 한입씩 마시면서 마저 한 숨을 돌렸다. 저 멀리 청와대까지 보인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바로 도착한 인왕산 정상. 사진 품앗이를 통해 기념사진을 남겼다. 

 

 

하산코스는 기차바위를 지나 홍제역 방향이다. 인왕산에 올랐을 때마다 항상 사직공원 쪽으로만 하산했었지만 연수네에서 뒤풀이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부암동 방향으로 하산했다.

 

 

기차바위는 이름처럼 길다. 눈 앞에 한적한 부암동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원래는 홍제역까지 곧장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마을버스 이용이 가능한 개미마을로 하산했다. 중간에 몸집이 한솔이보다 커다란 허스키 녀석을 만나는 통에 정신이 팔려 계획이 뜻하지 않게 수정된 측면도 있었지만 말이다. 귀여움 뒤에 숨겨진 진한 체취를 개미마을 공중화장실에서 지워내고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을버스 창가 너머로 보인 마을의 전경이 상당히 열악해 보였다. 검색해보니 이 곳은 본래 6.25전쟁 때 만들어진 판자촌이었다고 한다. 한 때 ‘인디언마을’로 불리다가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금 개선되었다고 한다.

 

연수네 방문 시그니쳐 샷

 

지하철을 타고 연신내역에서 내려 연서시장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연수 없는 연수네에 도착했다. 메뉴는 족발과 메밀전! 요새 부쩍 많이 보이는 족발 체인점인 구구족에서 족발을 샀는데 모든 메뉴가 흡족스러웠지만 매운족발이 특히나 맛있었다. 이식을 받고 난 이후에 매운 음식들을 부쩍 못 먹게 되었지만 헥헥 거리면서 엄청 먹었다. 메밀전은 비건인 한솔이를 위해 선택한 메뉴였는데 이 또한 맛있었다. 메밀전을 구입한 연신내역 2번 출구 봉평옹심이 메밀칼국수는 대기 줄이 길어서 꽤나 기다렸는데 먹어보니 동네 맛집이 맞나보다.

우리는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포식했다. 믿고 즐기는 보드게임 딕싯(Dixit)도 한판했다. 일전의 포스팅에서 언급했다시피 내가 어렵게 구한 확장판이다 (생색)

 

 

깔끔하게 1판만 딱 하고서는 더 퍼지기 전에 짐을 챙겨 나왔다. 게임내기에서 진 빽도와 내가 연신내역 가는 길에 위치한 커피송(coffee song)에서 커피를 쐈다. 커피송은 오래 머무르기에는 그다지 적당하지 않은 동네카페이지만 훌륭한 퀄리티의 커피를 제공한다.

모두가 집까지 갈 길이 멀다. 나는 한 번에 집까지 데려다 줄 3호선에 몸을 실었다. 꽤나 피곤했다. 일찍 만나서 더욱 그랬으리라. 그래도 그만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여유와 행복이 더 푸짐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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