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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겨울] 3주차: 꿈틀거림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펭펭's 코코 2021. 3. 1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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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다. 자극이든 피로이든 그 어떠한 꿈틀거림도 내 안에서 느끼지 못한다면 살아있는 것일까?

민용은 '스드메'중 '스'를 할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하기로 정했던 것처럼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개교 기념 전시회 담당 일을 고민 끝에 하기로 한다. '스'와 기념 전시회 외주 수락을 앞둔 민용의 고민과 결정에는 모두 결혼이 작용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하듯이 '한 번하는' 결혼, 이왕 거금들여 하는 결혼은 민용이 쉽사리 '스'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자금을 마련해야만하는 상황에 놓이게 했고 결국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법한 일"에 속하는 A교대 개교기념 전시회 일을 맡게 된다.

결과적으로 민용은 이 일을 계기로 살아있음 느낀다. 자신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은 단순히 결혼이라는 퀘스트를 수행할 '때'(혹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으로부터 비롯된다. 

뭔가를 이루려고도 되려고도 할 필요가 없기에 만족해왔던 프리랜서 생활이 민용을 살아있게 하되 살아있다는 감각은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프리랜서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과 "안정적인 직장에 속해 있"음에도 균형감각과 깨달음의 자극을 잃지 않는 현섭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프리랜서로서 느끼는 민용의 만족은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과의 대비에서도 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받은 만큼 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의 말미에 다달아 민용이 자부심을 느끼게 된 이유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가지고 대통령과 정치인을 꿈꾸던 어릴 적 자신을 민망하고 부끄러워하던 그녀는 "투쟁하지 않고 지내는 동안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위선이라고 느꼈던" 또 다른 여성을 외주 작업을 통해 만나게 된다. 그 여성이 "터널이 끝나는 지점을 조금이나마 앞당긴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최소한 그녀를 통해 민용은 달라졌다.

"어디에도 내 이름은 쓰여 있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광없었다. 이 작업이 오랫동안 나의 자부가 되리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곳을 나오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잘했어. 마침내,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응원한다.

 

- 김세희, <프리랜서의 자부심>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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