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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by 유시민

Library/book

by 황제코뿔소 2020. 2. 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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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책은

유시민의 필력은 상당히 유명하지만 책은 『역사의 역사』에 이어 본 책까지 총 2권밖에 읽어보지 않았다. 유명하다고 섭렵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필력을 언급하는 이유는 본 책에서 실망스러웠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음 문장, 다음 페이지로 잘 넘어감에는 틀림없었다. 일반적인 작법에 있어서는 분명 뛰어난 축일 것이다. 하지만 내용에 있어서 사족이 많고, 여러 재료들이 얽혀있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껴진 부분이 더러 있었다. 1차 자료를 토대로 제목 그대로 '역사의 역사'를 재구성했던 책과는 달리 본 책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이 주된 재료가 된다. 시장에서 떡볶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유희열을 보고 칸트의 정언명령을 들이대던 장면이나 젊은 시절과 다른 언행을 했다고 다 변절인 것은 아니라는 멘트들과 같이 미디어에서 접한 유시민의 모습이 이 책에서 겹쳐 나왔다. 평소에 자신이 자주 쓰는 예시와 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명인을 보는 재미 그리고 동시에 식상함이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내겐 맞지 않은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힐링이 아닌 스탠딩이 필요하다!’는 점을 포함하여 내용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특히 저자는 잊고 있던 나의 인생관(인생관인데 잊고 있었다면 온전히 내 것이라 할 수 없으려나?)을 다시금 상기시켜줬다. 또한 불멸하고 싶어해왔던 나를 일갈했다. 결과적으로 읽어보기 잘했다싶다. 막막하지만 곱씹고나면 두 다리에 힘을 팍 주게 만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지 조금 되었다면, 본 책을 추천한다.

# Carpe Diem

저자의 요지는 ‘가슴 뛰는 일을 하며 현재를 살자’이다. 내겐 식상하다. 식상함의 필요조건은 바로 익숙함! 그렇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바로 내가 한창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곱씹고 고민한 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그렇게 살았다. 짧은 인생 중 가장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순간들이다. 학생회장로서 누군가를 설득했고, 후배이자 선배로서 책을 읽으며 교학상장했다. 내 이름으로 석자를 가지고 광주와 밀양에 갔으며, 매 여름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전국을 누볐다. 자유로웠다. 그에 비해 지금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빠져있다. 하고 싶던 것이 좌절되고 앞으로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평생 남들보다 기본값이 훨씬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야한다.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고 나서야 ‘무엇을’에 기울어져있던 내 시선을 ‘어떻게’로 간신히 조금 옮겨놓았다. 여전히 ‘카르페 디엠’이 버젓이 서있었다.

# 남겨진 질문

하지만 말이 쉽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이 우선되고, 현재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데 에너지가 집중되기 십상이다. 특히 이 한국사회에서는. ‘그걸 몰라서 안하냐?’라는 빈정거림이 장착되는 부분은 삶의 태도 외에도 몇 군데 있다. 예를 들어 저자 본인은 불운을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코웃음이 나왔다. 실존적인 고민이 아니더라도 YOLO와 같이 ‘카르페 디엠’ 정신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그걸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나에게 투영하자면, 행복했던 대학시절 그때 나는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희생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대가는 없었을까?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도 지금과 같은 구속 속에는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힐링이 아닌 스탠딩할 수 있을까?

# 인상깊은 파트

<진보의 생물학>: 저자는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으로 설명한다. 진보는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생동한다는 것. 상당히 직관적인 정의라고 생각들었다. 다만 저 정의가 진보주의에 도덕적 우월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저자는 "진보는 동생애에 대해 너그럽지만 보수는 동성애를 혐오한다"(p.254)에서 '보수'의 동사로 '혐오한다'를 사용하면서 진보와 대비했다. 

<이름 남기기>: 새내기 정치학도일 때 한번쯤 펼쳐보게 되어 있는「국가」. 플라톤 본인이 직접 글로 남긴 적도 없는 '지혜와 가르침'이 플라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공자가「논어」에 의해 그러하듯이 말이다(feat. 첫번째 리뷰 포스팅). 나는 플라톤 이후에도 유명한 철학자, 정치학자들을 책으로 접하면서 그러한 불멸성에 매료되었다. 대학원이라는 진로를 정할 때도 조금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 내게 저자가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이라고 일갈하는 파트였다. "이름과 업적이 남았기에 그들의 삶은 훌륭했던 것일까? 아니다. 그 역이 진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충실했을 뿐이다." (p.324) "이름이 길이 남지 않음을 애석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행복한 삶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다."(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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