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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 1주차: ‘좋은 시작’ 알리미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황제코뿔소 2020. 6. 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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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뀐 계절과 함께 계간지의 표지 색깔도 바뀌었다. 여름호 표지에는 제주도의 시원하고 맑은 바다와 한 여름 지리산의 푸르른 녹음이 모두 담겨 있는 듯하다. 색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받은 날부터 내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비록 책장이 펼쳐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렸고, 여름호의 첫 미션 기한은 2주나 되었지만 마감 날인 오늘에서야 글을 쓰지만 말이다. 역시 학교를 떠나도 듀(due)의 법칙은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책상에 놓인 새로운 계간지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진 것은 여름호의 겉옷 때문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 주는 설렘이 조금이나마 나에게 힘이 되었다. 그리고 봄호를 함께 읽고 얘기 나눠온 조원들과 책거리 겸 잡아둔 약속도 기다려졌다. 장소가 조원들 중 한명이 최근에 이사한 새로운 집이었기에 우리의 약속은 책거리를 빙자한 집들이었지만 여름호는 충분한 명분이 되어 주었다.

무엇보다 여름호는 그 구성에서부터 좋은 글들이 내는 특유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기대감을 더했다. 특집 <우리 문학은 지금 무엇과 싸우는가>가 가장 기대된다. 나는 싸움의 대상을 알기 이전에 문학이라는 일종의 예술이자 학문 분야가 저항을 하고는 있는지가 우선 궁금하다. 문학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내가 무지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더 알고 싶다.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에는 이 궁금증에 다소의 삐딱함이 있음을 인정한다. 분명 무엇인가와 숭고하게 싸워온 예술가와 학자들이 있을 것이다. 대중에게 와 닿은 정도가 그 싸움의 가치와 진지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없음 또한 잘 안다. 다만 나는 특집의 제목이 곱씹어졌다. 우리 문학그리고 지금이라. ‘우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문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모두 참전 중인 싸움은 과연 있는가? ‘모두우리의 필요조건은 아니기에 그렇다면 여기서의 우리는 어디까지 뻗어있는가? 그 무엇인가와 지금싸워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특집 편을 통해 다 해소될 수 있을 물음들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는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예술은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견딜 수 있게 해준다는 예술을 바라보는 나의 (저항의 측면에서는 회의어린) 시선과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는 이 놈의 현실과 계속 싸워줬으면 하는 나의 무책임한 바람까지 결부되어 있다. 나에게 나름 복합적인 문제의식인 것이다. 이번이 좋은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시작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시작은 항상 유의미하다.

+ 박사과정 동안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평등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자 했던 나로서는 신샛별의 불평등 서사의 정치적 효능감, 그리고 돌봄 민주주의를 향하여가 유독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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