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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 2주차: 시에서 너 그리고 우리를 읽다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황제코뿔소 2020. 6. 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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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창작과비평 여름호는 2주차 미션이 ‘시’인 것도, 12명의 시인들의 24편의 시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지난 봄호와 같다. 또 다른 공통점은 봄호에 수록된 시들처럼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점이다. 시인의 창작 의도와는 달리 읽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여름호의 시들은 한층 더해진 난해함 속에서도 무거운 분위기만큼은 숨기지 않고 풍겼다. 시라는 장르 자체에 일정 값의 슬픔과 우울함이 스며있는 것일까? 분명 슬픔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지만 시 한편을 누군가에게 추천해보라는 미션 가이드는 나를 난처하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번 미션을 통해 시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웠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시를 써본 적은 많지만 떠오르는 누군가를 염두하며 시를 곱씹은 기억은 없다. 이제까지 나는 시인과 나 사이에 갇힌 채로 시를 읽어왔다. 본 시에서 이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며 왜 여기서 행 혹은 연을 나누었을까를 고민하며 시인이 의도한 바를 추론해보고자 하는데 급급했던 측면이 분명 있었다. 제 3자를 고려하면서 시를 접해보니 그 풀이과정이 쉬워질 때도 있었고 더욱 중요하게는 읽은 후의 나의 감정이 더욱 풍부해졌다. 시와 예술은 결국 수학이 아니고 과학이 아니기에. 그래서 그 감정이 향한 펭귄에게 시를 추천한다.

솔아야, 너에게 김소형 시인의 "being ailve"라는 시를 추천할게. 정확히는 너가 떠오른 시를 소개할게. 본 시에서 시의 화자는 바다와 물마루, 모래 알갱이 그리고 풀벌레 등을 언급해. 자연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 보여. 화자는 그런 자연 속에서 ‘너’를 끊임없이 찾아내.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는 솔아 너가 이 시에 나오는 ‘너’처럼 풀벌레 소리를 녹음할리도 없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야외보다는 쾌적한 실내를 무조건 선호할 솔아 너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맨발로 걸을 리 없지만.. 난 왠지 너가 생각났어. 너가 ‘너’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화자처럼 나 또한 좋아하는 자연에서는 그보다 더 좋아하는 너를 떠올릴 것이며 너 없이는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죽어도 날 잊지 말라는 내 말을 지키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사람들의 말에

기억하면 더 고통스럽죠
그런데 잊을 순 없죠

단호하게 말하던 네가

무엇보다 ‘너’의 죽음과 삶에 대한 태도가 솔아 너를 떠올리게 했어. 너도 죽어도 날 잊지 말라는 내 말을 잘 지켜줄 것 같아. 그리고 남은 사람에 대한 경솔한 위로에 단호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손 꼭 잡고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길 위에 암, 그것도 뉴스나 드라마에서나 접하던 백혈병이라는 큰 고비가 놓였지만 그런 너의 부분들이 날 힘나게 하지 않았나 싶어. 그런 너는 결코 사는 게 두렵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꼿꼿한 너가 간혹 흔들린다 하더라도 나 또한 화자처럼 한없이 가볍게 말하지 않을게. 바로 그 때 내가 묵묵히 옆에 있을 수 있도록 더 힘내볼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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