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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 5주차: 사회적 상형문자 해독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황제코뿔소 2020. 7. 1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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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차에 읽을 부분은 논단이다. 남북관계, 21대 총선, 디지털 성폭력,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으로 총 4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우선 뒤에 2, 디지털 성폭력, 분노를 넘어 분기점으로우리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크게 새롭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서 처벌 수위뿐만 아니라 검찰 및 재판부의 법 해석 관행이 문제가 있다는 점, 정치사회적인 관심이 매번 일시적인 것에 그친다는 점, 불법촬영물이 생산·유통·소비되는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경제적 수익이 그러한 범죄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지속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등은 n번방 사태가 불거진 최근이 아니더라도 오래도록 지적되어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가디언지 기사를 번역한 마지막 글도 여러 견해를 취합, 소개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물론 기재된 세부적인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내게 의회정치 또한 상당히 익숙한 주제이지만 2번째 글인 촛불혁명, 21대 총선 그리고 87년 체제가 가장 흥미로웠다. 우선, 당연시 동의가 되는 내용들이 대부분인 위의 글들과 달리 본 글에는 필자인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의 입장과 견해가 거침없이 들어있다. 필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에 대해서는 양가감정,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서두에 밝힌다. 창작과비평에 수록된 글이니 저자의 그러한 입장 자체가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국회의원의 총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사회 성원 다수를 어리석다고 지적하는 대목처럼 포장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표현하는 점이 일차적으로 나의 흥미를 돋웠다.

더욱 중요하게는 날카로운 필자의 시각과 분석이 놀라웠다. 필자는 중앙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의 설립을 인가해준 것이 규범보다는 현실에 우위를 두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습속과 관련된 것이며 이러한 문화의 기원은 분단체제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분명 보다 자세한 논증을 필요로 하겠지만 그간 정리되지 않은 나의 어렴풋한 생각에 대한 매우 설득력 있는 설명이었다.

장기 예외상태라고 할 수 있는 분단체제 아래서 살아온 우리 사회 성원은 규범과 타당성을 강조하고 고수하는 것을 고결하긴 해도 정치적으로 무기력한 도덕적 행동으로 여기거나 현실을 학습하지 않으려는 완고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이 상황에 대한 놀랍고 신축적인 적응을 가능하게 하지만, 뛰어난 적응력은 자칫하면 적응 자체에 매몰되는 경향을 유발한다.”

또한 본 글의 주제인 제21대 총선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웠다. “가설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총선의 과정과 결과를 명쾌하게 해석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촛불나아가 87년체제의 연장에서 본 총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존의 여느 평론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차별점이다. 다만 정치지형이 보수 우위에서 민주파 우위(의도적으로 진보대신 민주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로 변동했다, 87년체제라는 구조적 제약이 타개되었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았다.

길을 가게 하는 것은 지도가 아니라 발걸음이다. 잠시일지 모르지만, 비가 개고 길이 말랐으니, 그 발검음의 템포를 이렇게 권하고 싶다. Allegro ma non troppo(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진 않게).”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남주 교수의 대담으로 이루어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길도 흥미롭게 읽었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구체적인 상황들을 임종석 전 실장을 통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일보다는 평화가 더 우선되어야하며 그것이 보다 현실적인 목표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임종석 전 실장이 본 대담에서 밝힌 입장에 모두 동의한다. 특히 그가 강조하듯이 북미 간에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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