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10년 넘게 살던 은마아파트와 작별했다. 그리고 바로 당일 저녁부터 나와 엄마는 연수네에서 지내고 있다. 이미 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출현한 바 있는 연수 그리고 연수네. 바로 새 집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리모델링 기간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탓에 붕 뜨는 기간 동안 이렇게 신세를 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연수가 그간 방 세 개와 조그마한 부엌-거실 공간으로 구성된 집을 혼자 사용하다가 최근에 에어비엔비로 돌리고 있던 차였다. 연수의 상황이 어찌되었든 흔쾌히 받아준 녀석이 참으로 고맙다.
연수는 내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 중에서도 엄마와 가장 낯이 익은 편이다. 엄마가 연수를 친숙하게 느끼시는 이유는 연수가 일전에 우리 집에 놀러와 여러 차례 잠을 자고 간 적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분명 연수의 넉살스러운 성격 덕분일 것이다. 내가 맨 처음에 연수네에서 지내는 옵션을 엄마에게 말씀드렸을 때 선뜻 반기시기까지 하셨다. 엄마 근무지가 대치역 부근인 터라 연수네에서는 3호선을 타면 (거리는 상당하지만) 한 번에 갈 수 있다. 다만 동생 준이와는 이산가족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준이도 자신에게 여러모로 가장 합리적인 숙소를 구해서 나름 편하게 잘 지내고 있다.
연수와 우리는 그렇게 식구가 되었다. 같이 밥을 먹고 하루 일과를 나눈다. 엄마와 내가 잔금을 치르고 전입신고를 하고 온 날에는 연수가 퇴근 후에 피곤할 법도 한데 이렇게 좋은 날에는 파티를 해야 한다며 엄마가 선물한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를 준비했다. 대단한 음식을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고맙던지.. 나만 빼고 둘이서만 너무나 맛있게 와인을 즐기는 통에 심술이 났지만 말이다. 며칠 전에는 셋이서 함께 미사도 드리고 왔다.
집을 구하고 리모델링 업체 선정하고 (1번째) 이사를 치르기까지, 많은 결정을 내려야했고 여러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시간과 예산의 제약은 그 과정을 더 험난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잘 헤쳐 나갔다. 이때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엄마가 고생이 많으셨다. 9부 능선은 넘은 듯하다. 이제 곧 들어갈 새 집에서 좋은 일만 가득할 일만 남았다.
연수네에 온 지 어느새 보름이 되었다. 이곳에서 지낼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쉽다. 그동안 연수네 주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남은 보름도 그럴 예정이다. 그간의 기록을 하나씩 남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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