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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1. 3. 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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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달 만에 포스팅을 올린다.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던가.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나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일상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우선, 제일 중요한 건강에는 이상 무! 작년 연말에 이사라는 거사가 있었지만, 마음을 졸이고 정기 진료를 찾았던 이유는 수능 대목에 조심스레 시작한 단기알바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수업이 연달아 진행되는 파이널 시즌은 건강한 사람도 2주 뛰고 나면 지치는 일정이다.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 저림과 어지러움 증상이 느껴졌다. 곧바로 예상문제를 만드는 외주 작업은 취소하고 일정도 오후까지로 조정하니 증상은 사라졌다.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영향이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녀온 외래에서 혈액검사 결과가 좋게 나왔다. 이에 더하여 2월 초 진료에서는 이식 이후 가장 좋은 수치가 나왔다. 완치 가즈아~!!

그나마 근황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원으로 매주 이틀 나가고 있다. 평일 내내 출근하는 것은 아직 힘들고, 무리가 되지 않는 정도의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 나의 상황을 충분히 알면서도 원장님은 내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대학원을 다니던 당시 연구소 조교 외 부업으로 한창으로 일하던 그때와 비교했을 때 여전한 것도 많지만 달라진 것도 많다. 쭉 공부해 온 것이 아깝지만 박사과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부’를 이어나가기에는 현재로서는 무리로 보인다. 미국 유학은 진작에 마음을 접었다. 받아놓은 장학금이 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학원에 몸을 담고 있을 예정이다. 급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내게 (나름의) 지적 자극을 주는 업무를 맡았고 ‘워라밸’이 확실히 보장되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출근일 이틀 중 하루는 엄마와 근무시간이 거의 맞아서 함께 출퇴근 한다는 점도 참 좋다. 이사를 오면서 직장이 멀어진 엄마가 편하게 차로 이동하실 수 있어서 뿌듯하다.

블로그를 방치하게 된 연유에는 이러한 변화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나태해져서이다. 내가 지금 할 일은 휴식이라고 합리화를 해보아도 시간을 ‘건강히’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책을 읽는 시간만 하더라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보는 것이 가장 쉽고, 그 다음은 읽는 것, 그리고 쓰는 것이 제일 수고스럽다. 독서와 글쓰기를 완전히 놓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들이는 시간과 공이 확연히 줄었다. 예전에는 골수검사를 받고 주사실에 누워 지혈하는 와중에도 포스팅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최근에 내가 그간 방치하고 있던 것이 단순히 블로그가 아니라 ‘나’였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서 부쩍 빠져있는 게임 시간도 줄이고, 집 앞 공원에서 운동도 시작했다. 이렇게 그간의 주요 근황을 정리하고 아무도 묻지 않은 블로그 방치 이유를 털어놓으며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부여한 압박에 주객전도되지 않겠다는 예전의 다짐과 상충하지 않도록 간간이 남겨 온 메모들부터 하나씩 올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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