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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조금은 그리워질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10. 2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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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논술 첨삭 일을 다시 시작했다. 안그래도 이사 때문에 신경쓸 일도 많고 주치의가 일 하는건 아직 안된다고 하였지만 말이다. 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첨삭을 발주했다. 원격으로 학생의 원고를 첨삭해주는 것이라서 나의 자율성이 크다. 무엇보다 맡은 학생 수가 얼마 안된다.

지금 이 학원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펭귄의 허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무리되지 않는 적정한 선에서 천천히 시작하자는 전제 하였다. 펭귄은 지구상에서 나의 건강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동시에 나를 제일 잘 알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무조건 '쉼'만 '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답답하다. 엄마에게는 여전히 비밀이다. 내가 아무리 소일거리로 하는 정도라고 하더라도 극대노 하실 것이 분명하다.

정규과정 이수는 마치고 석사논문을 준비할 때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우리 동네 논술학원에서 일을 부업으로 시작했을 때가. 두 군데 면접을 봤고 그 중 하나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갈수록 내가 맡은 바가 커졌다. 석사학위를 취득할 즈음 펭귄이 나의 추천으로 학원에 들어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나는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합격한 미국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출국 즈음 그만둘 예정이었던 학원을 미리 나오게 되었다.

이후 펭귄은 학원에서 자리를 아주 잘 잡았다. 펭귄 또한 박사과정에 지원해서 미국의 한 대학으로부터 장학금과 함께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일단 당분간 학원 일을 계속 할 것 같다. 내가 수월하게 학원에 부분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에 쌓은 신뢰 덕분도 있겠지만 펭귄의 역할이 분명히 컸다.

이곳은 9시 50분쯤 되면 학생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 차량들의 클락션 소리와 교통정리 봉사 아저씨들의 호각소리로 시끄럽다. 마치 뻐꾸기 시계같다. 하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은 그 학원가와 무지 가깝다. 현관문을 열면 펼쳐지는 대치동 학원가 야경은 나름 나쁘지 않다. 이러한 이미지와 소리들이 내게 직접적으로 전달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않고 학원으로 복귀하여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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