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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디레디레, 천천히 천천히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10. 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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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남긴 지가 거의 1달이 다 되어간다. 그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보다 선명하게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도 예기치 못한 불행은 없었다. 원하지 않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예고된 일들이었기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하나씩 해나가는 중이다.

이사가 대표적이다. SH 장기전세주택사업에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380번대까지 있는 대기번호들 중 357번을 배정받았다 ㅋㅋ 택도 없다는 뜻이다. 지금 현재의 소득수준과는 무관하게 일단 강남에서 10년을 넘게 전세로 살아왔으니.. 우리보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쉬움이 너무 컸다. 낡은 아파트에 오랫동안 살다보니 새 아파트, 쾌적한 동네에서 거주할 기대가 상당했었다. 

하지만 마냥 아쉬워만 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당장 집을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서 살 경우에는 최근 법으로 보장된 임차인의 전세 계약 연장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그 기간도 빠듯한 상황.

쫓기듯이 집을 알아봤다. 엄마의 직장과 예산을 고려했을 때 전세 매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가족회의를 거친 결과 이참에 매매를 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부동산 난리 통에 전세뿐만 아니라 매매도 당연히 부쩍 올라버린 탓에 아까운 마음이 컸지만 지금 그리고 우리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추석 연휴 전후, 모든 정신이 새로 살 집에 집중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면적은 아쉽지만 교통, 주변 환경, 가격 등 만족스러운 물건을 구할 수 있었고 계약을 마쳤다. 앞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하나씩 해나가면서 기대감과 설렘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통제가능성은 최대화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하지만 결국 인생에서 결정적인 희노애락의 순간들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게 인생인 것 같다. 백혈병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나와 내게 제일 소중한 사람들의 삶에 불쑥 들어온 이후 절감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계획은 무용하다거나 삶이 부질없다 것이 아니다. 뜻하지 않은 희노애락을 만난 그 이후가 각자의 몫이다. 

포스팅을 하지 못한 그간 즐거운 일들도 많았다. 더블데이트 하고 엄마와 여유로운 시간도 보냈다. 무엇보다 지난 주 외래에서 골수검사 결과가 이상없다고 안내받았다. 

아직 빛바래지 않은 순간들을 차례차례 남겨 보아야겠다. 천천히 천천히.

 

출처: 나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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