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01128-1130 덕분에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11. 30. 13:34

본문

작년 11월의 마지막 3일, 그때 나는 이식병동에 있었다. 나에게 딱 맞는 조혈모세포 이식 기증자가 없어서 차선으로 엄마로부터 받아야만 했고 나이 서른의 아들을 두신 여성으로부터 하루에 나오는 양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흔히 골수이식이라고 발하는 조혈모세포 이식은 보통 하루에 끝나지만 나는 3일에 거쳐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생일이 3일이나 생겨나게 된 것이다.

hworangi.tistory.com/23

20200302 두 생일

3월 2일은 나의 원래 생일이다. 나이라는 투명한 맥주를 들이킬수록 생일날엔 나 자신보다 나를 이 세상에 데려다 준 사람이 보인다. 감사합니다. 그 분은 작년 말 나를 다시 한번 피우셨다. 조혈

hworangi.tistory.com

‘이식’이라고 하면 수술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은 수혈하듯이 받는다. 항암 무균실 병동보다 더 엄격히 관리되는 이식병동에서는 보호자 면회도 보다 엄격히 관리되지만 이식받는 날에 한에서는 보호자가 2명까지 들어올 수 있다. 환자복을 입은 엄마와 예쁘게 차려입고 온 펭귄이 나의 곁을 지켜줬다.

 

이식병동에서의 생활은 이전의 항암 무균실 병동에서의 생활보다 힘들다. 누적된 항암치료로 인해 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이식병동에서는 방사선 치료, 토끼혈청 등 이전에 하지 않았던 치료들까지 더해져 부담이 더해진다. 보다 힘이 든 것은 마음이었다. 앞선 항암 치료 때는 생각보다 효과가 없어도 다음 치료에 기대를 걸면 되었다. 하지만 이식은 종착점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래서 이식을 앞두고 참 많이 두려웠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간간히 무너진 적이야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다.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엄마와 펭귄은 물론이고 동생과 아빠 그리고 힘이 되어준 나의 소중한 사람들 덕분이다. 누구보다도 내가 참 고맙다. 잘 견뎌줬다.

 

 

1달 동안 신세를 지고 있는 연수네에서 첫 돌을 맞게 되었다. 29일에는 동생 준이가 연신내로 와주어 엄마, 연수까지 4명이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28일에는 (매우) 가까운 지인들과 식사를 했다. 모두 풍성하고 너무나 따뜻한 저녁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초대조차 하지 못한 멤버들(미안하다)도 있고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한 멤버들(아쉽다)도 있었다. 다들 고맙다.

 

00:00의 순간으로 바뀐 것은 하나 없을 것 같아도
기적 같은 일이다 축복하는 일이다

그 순간을 함께 지나는 우리가
기억으로 닿아 있다는 것

그런 기적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어서
우리는 매번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형은 분명 지금까지 마셨던 기도를
다시 내쉬며 살거다

- 두 번 살게 된 사람에게, 연수

 

앞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갈래길과 선택들 그리고 환경들이 순탄할 거라고 호언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떤 길이든 또 같이 시시덕거리며 함께 걷고 있을 거라고 다짐합니다. 축하해요 첫돌!
- 한솔

 

다음 이 주년에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모습으로 기념합시다.
- 펭귄

 

항상 희망의 빛을 가득 안고 씻은 듯 나아 하고픈 일들~ 
맘껏 펼쳐 나갈 그날을 기대하며
- 사랑하는 엄마

 

 

 

반응형

'Diary > 오늘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Spring 행복에 관한 평범한 주절거림  (0) 2021.04.18
20210313 다시  (2) 2021.03.13
20201028 조금은 그리워질  (0) 2020.10.29
20201015 디레디레, 천천히 천천히  (0) 2020.10.15
20200916 다시 그리고 새롭게  (2) 2020.09.1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