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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드라마 ③ : 비밀의 숲

Theatre/series

by 황제코뿔소 2020. 8. 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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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리즈로 포스팅할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작성하다보니 내용이 상당히 길어졌다.

대망의 1위다. 

# 1위- 비밀의 숲

한치에 망설임 없이 나의 인생드라마 1위는 <비밀의 숲>이다. 이제 <비밀의 숲> 시즌1이라고 해야 되려나.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밀의 숲>으로 표기하겠다. 나는 아직 <비밀의 숲>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부럽다. 촘촘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기력, 뛰어난 장르적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엄청난 흡입력을 처음 봤을 때처럼 다시 느끼고 싶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 드라마는 한 남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남자는 검찰 고위직들에게 뇌물을 주고 이를 이용해 협박까지 일삼던 사업가로 밝혀진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은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또 다른 살인이 연달아 발생하고 시목은 사건들 이면에 커다란 진실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한다. 희생자가 늘어갈수록 자신의 주변 인물 모두가 용의자로 부각된다. 조직 내에서 외톨이인 황시목이 형사 한여진과 함께 범인 그리고 진실을 쫓는다.

위의 줄거리에 <비밀의 숲>의 핵심 포인트들이 다 담겨있다. 우선, 황시목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이다. 시목은 선천적으로 뇌의 일부가 보통 사람에 비해 지나치게 발달한 탓에 작은 소리까지 민감하게 들리고 극심한 두통을 겪게 된다. 해당 부위는 감정조절에도 관여하는 예민한 부위인데 통증을 없애기 위해 절제술을 받는다. 하지만 시목은 이 수술의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드라마의 2분 30초가량 되는 첫 장면이 바로 이러한 시목의 어릴 적 히스토리를 담고 있다. 곧바로 장면은 한강대로 한 가운데에서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두통에 고통스러워 하는 현실로 돌아온다. 통증이 사라졌는지 이내 정신을 차린 시목은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을 힐끗 쳐다보며 시큰둥하게 이내 제 갈 길을 간다. 그렇게 시작되는 드라마. 처음부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캐릭터를 설정한 데에는 분명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정이 연쇄살인마와 같은 악역에 부여된 경우가 더 익숙하다. <추격자>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캐릭터, 지영민처럼 죄책감과 공감능력이 결여된 범인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상황을 우리는 영화, 드라마 그리고 현실에서 주로 접한다. 그런데 <비밀의 숲>은 반대로 그러한 설정이 주인공에 부여된 것이다. 물론 주인공이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이분법적으로 선악을 나누었을 때 악에 해당하지 않는 설정이 <비밀의 숲>이 점유하는 독창성이라는 뜻은 아니다(손원평 작가의 스테디셀러 소설인 『아몬드』의 주인공은 감정표현불능증을 앓는 소년이다).

<비밀의 숲>에서 이러한 작법은 주인공인 황시목의 직업이 검사이기 때문에 단순한 참신성 그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사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법을 수호해야 마땅한 검사에게 무감정이라는 특징은 일종의 초능력과도 같다. 주인공이 똑똑하기까지 하니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아내기 가장 이상적인 캐릭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이 주인공이 회유와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편히 믿고 그의 수사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감정에 구애 없는 성문법이 내 삶의 가이드라인이야”가 검사 황시목의 캐릭터 소개 문장이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본 세팅이 너무 편리하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차곡차곡 캐릭터 빌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도입부의 짧은 장면을 통해 주인공이 태어나기를 저렇게 태어났다고 설명(나중에 친구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오지만 이렇다할 새로운 점은 없다)하고 있고 시청자는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지점이 <비밀의 숲>에 결정적인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분량이 제한된 매개이기에 과감한 생략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야기의 방향이 철저하게 앞으로 향해 있는 작품이라서 캐릭터의 과거에 대한 배분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황시목 캐릭터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해야겠다. 설정 상 감정이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100% 없는 것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항상 이렇다할 표정 변화 없이 일정한 톤으로 조곤조곤 말하던 황시목이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이 몇몇 있다. 이는 상당한 고난이도의 연기를 요한다. 꾹꾹 누르다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온도 차이를 어설프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 조승우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차가운 연기를 일관되게 선보이다가 고함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정말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황시목의 차가움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인간스러움’을 설명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한여진이라는 캐릭터이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한여진은 따뜻한 심성을 지닌 형사이다. 황시목과 마찬가지로 타협을 모르고 실력 또한 뛰어나지만 사건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보이는 따뜻한 모습과 평소의 밝은 모습은 황시목과 대비되면서 아주 좋은 케미를 보인다. 이 드라마의 괄목할 점은 남녀 주인공 간의 러브라인이 일절 없다는 것이다. 직업이나 상황과 무관하게 기승전연애가 거의 철칙이 되어 버린 한국 드라마에서 이 점만으로 신뢰가 간다.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가 연기하는 황시목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지만 배두나의 한여진이 결코 보조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그 비중, 배우의 연기 등에서 엄연히 한 축을 맡고 있다. 한여진은 수사팀 안에서도 황시목이라는 완벽한 캐릭터가 일방적으로 끌고 나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황시목이 한여진과 본격적으로 수사를 같이 하게 되는 이후에 미소나 농담과 같이 인간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이는 변화도 눈에 띈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스토리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황시목의 주변 인물 모두가 용의자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계된 진실, 모두가 동기를 가진 용의자다”가 드라마 소개 문장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범인이 살인 충동을 느끼는 미치광이인지, 검찰 내부의 적인지 아니면 복수를 꾀하는 검찰 외부 누군가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포진된 크고 작은 반전들도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비밀의 숲>은 나의 인생드라마 순위 3위에 해당하는 <라이프>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이수연 작가의 작품이다. <비밀의 숲>이 데뷔작이라니.. 정말 미친 것 같다. <비밀의 숲>에 출연한 많은 배우들이 <라이프>에도 나왔다. 조승우는 물론이거와 배우 유재명, 이규형, 태인호, 이준혁이 이에 해당한다.

끝으로 “나의 인생드라마” 시리즈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이자 나의 기대작을 소개하겠다. 바로 <비밀의 숲 2>이다. 이번에도 이수연 작가가 극본을 맡았고 조승우, 배두나가 출연한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즌 2의 핵심 문장은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이다. 검경수사권이 핵심 소재인 듯하다. 안그래도 오랫동안 정치권의 화두였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공식적인 출범 또한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힌다.

이번 시즌에서는 새로운 얼굴이 보인다. 바로 배우 전혜진과 최무성. 이들은 각각 경찰 수사권 쟁치를 위해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야망가로 검찰권 수호의 선봉에 선 검찰 내 최고 엘리트로 분한다고 한다. 시즌 2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첫 방송은 8월 15일이다. 벌써부터 설레고 나의 인생드라마 순위가 바뀌게 될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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