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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 현실을 피해 범죄로 걸어 들어간 청소년들, 그곳은 훨씬 냉혹하다

Theatre/series

by 황제코뿔소 2020. 5.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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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업>은 주인공이 학생이고 학교가 주된 배경들 중 하나이지만 범죄물이다. 하루만에 정주행할 정도로 나의 장르적 취향을 물씬 충족시켜준다. 작품은 (미성년자) 성매매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해당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초반에 빠르게 묘사하고 그 이후로 돈 때문에 범죄를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루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줄거리를 조금 자세히 서술하자면, 주인공인 오지수(김동희)는 학교에서 모든 과목의 성적이 1등급인 모범적인 학생이다. 동시에 투명인간에 가까울 정도인 아웃사이더이다. 담임선생님이 어색하게 사용하는 급식체를 지수는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친구도 없고 주변과 단절되어있다. 이러한 고립은 순전히 자발적이다. 동물로 치면 움직임이 느려서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늘보 같은 삶을 그는 적극 지향한다. 그의 목표라 하면 그저 평범한 삶이다. 대학가고 졸업해서 자신의 가족을 꾸리는 것. 하지만 그의 성적만큼이나 학교 밖 생활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오지수는 어플을 사용하여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삼촌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성매매 중개 및 고객관리 명목 그리고 진상고객이 나타났을 때 이실장(최민수)을 보내서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렇게 수면 아래에서 이어가던 이중생활은 같은 반 여학생 배규리(박주현)가 끼어들면서 산산조각난다.

우선, <인간수업>은 신선한 배우들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주인공인 오지수, 배규리 외에도 조건만남조차 하지 않으면 본인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서민희(정다빈)와 학교 일진 곽기태(남윤수)까지, 등장하는 주요 미성년자 캐릭터들 모두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다. 모두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이 작품에는 악역뿐이겠지만 오지수와 배규리를 죽이고자 하는 바나나클럽조직도 처음 보는 배우들이 연기한다. 이들이 연기가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라 새로운 얼굴들이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 박혁권과 김여진이 각각 담임 선생님과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어른다운 어른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해준 덕도 있을 것이다.

작품은 관객이 오지수에 몰입할 수 있도록 초중반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기본적으로 오지수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오지수라는 캐릭터가 불법사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점(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치명적이지만)을 제외하면 무해한인물로 그림으로써 관객들의 경계심을 완화한다. 작품 초반에 오지수가 위험에 처한 서민희를 구하러 가는 것도 작품에 경찰을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기 위함도 있지만 오지수의 선한 측면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관객들은 학교에서 오지수보다 훨씬 유해한 일진들과 범죄의 영역에서도 훨씬 극악무도한 조직을 보면서 오지수-배규리를 응원하게 된다. <인간수업>은 같은 장르와 소재라도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기에 첨가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중후반에 갈수록 현실감이 점점 떨어진다는 점이다.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엄연히 제도권에 속해있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범죄조직으로부터 팔이 썰릴 뻔하고 납치를 당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말 그대로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지만 사태를 악화시키는 선택을 한다. 특히 핵심 캐릭터인 배규리가 이 범죄에 가담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오지수는 기댈 곳 없는 환경에서 범죄를 선택(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했던 것이고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때도 이제까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쉽게 경찰의 도움을 쉽게 받지 못한다. 하지만 집도 잘살고 엘리트이며 학교에서도 핵인싸인 배규리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부모와의 숨 막히는 관계 때문에 이런 범죄에 가담한다? 마지막 화까지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다.

그 밖에도 억지스러운 전개들이 분명 있다. 예를 들어, 서민희가 퇴직금을 요구하러 이실장에게 갈 때 오지수를 데리고 가는 바람에 오지수는 조직에게 납치된다. 서민희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함이었다고 하더라도 서민희의 동행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인 다는 것이 납득이 안된다. 무릎 꿇고 눈물, 콧물 다 빼가며 용서를 구하던 오지수가 죽어가는 서민희(그 역경을 다 헤쳐온 아이가 실족해서 계단에서 구른다는 설정부터 억지스럽지만..)를 내버려두고 도망가는 장면 또한 그간의 오지수 캐릭터와는 배치된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부모를 협박해 뜯어낸 돈으로 시드니로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예정이라던 배규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오지수를 구하는 마지막 화는 정말 과했다. 최민수가 연기한 이실장도 마지막에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충분히 살아 돌아갈 수 있는데 굳이 혈투를 벌여가며 죽음을 맞이한다. 시즌2를 염두에 둔다면 역할 상으로나 배우 때문에라도 그렇게 소비되기엔 아까운 캐릭터이다. 작품이 뒤로 갈수록 수습이 안 된다.

그래도 범죄물을 좋아한다면 볼만한 시리즈다. 범죄물 특유의 자극적인 재미가 있으면서도 개연성도 전체적으로는 봤을 때는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신선한 얼굴의 배우들 연기보는 맛이 있다. 소라게, 장수풍뎅이 등의 소품이나 기이한 꿈을 통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고자 하는 어설픈 메타포가 반복되기는 하지만.. 한국 시리즈물 치고 괜찮은 완성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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