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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자크(Ozark) 시즌3- 빠져나올 수 없는 범죄의 수렁

Theatre/series

by 황제코뿔소 2020. 4. 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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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내 주변에서 넷플릭스 아이디 하나쯤 없는 이가 없지만 넷플릭스가 맨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생소해했다. 그때라도 주식을 사놨어야 하는데..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이름을 알린 계기들 중 하나가 봉준호의 <옥자>가 아닐까 싶다. 뭐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응? 영화관에서 개봉을 안한다고? 넷플릭스가 뭔데?' 식으로 분명 많이 화제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인한 입소문이다. 많이들 알겠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에서 직접 제작한 영화, 드라마를 말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로마>와 같은 영화는 2019년 오스카에서 감독상을 포함하여 3개 부문에서 석권하기도 했다.

  사실 ‘넷플릭스 추천’은 무척이나 진부한 컨텐츠다. 그래서 [1.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한정 2.따끈한 새로운 에피소드가 막 공개된 시리즈에 한정 3.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시리즈에 한정] 이라는 나만의 기준에 따라 앞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라지만 나의 다른 포스팅들처럼 스포일러 경고 따위는 없으며 보기에 따라선 불친절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나의 최애 시리즈, 오자크(Ozark)다.

 

매 오프닝마다 나오는 저 동그라미 안에는 에피소드의 핵심 소재 4개가 그려져 나온다. 디테일이 좋다. 

 

  지난 3월 27일 드디어 시즌3가 공개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답게 공개방식도 전편이 일괄적으로 개봉했다. 말그대로 나의 최애 드라마라서 시즌3를 작년부터 너무나 기다리고 있었다. 난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톤으로 진행되는 작품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로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드라마로는 이 시리즈가 예외라 할 수 있겠다.

  유명한 미드들과 마찬가지로 <오자크>도 보통의 한드와는 비교가 안되게 스토리가 촘촘하고 스케일도 크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양상에서 찾아오는 위기와 극복 과정은 충분히 납득되는 수준으로 매끄럽다. 많은 등장인물이 입퇴장하는데 소모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들은 거의 없다. 캐릭터들의 죽음 장면을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아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이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이다.

 

버드 가족

 

  주인공인 마티 버드는 시카고에서 잘나가는 재무 컨설턴트였다. 사업파트너가 멕시코 마약조직인 나바로 카르텔의 돈을 3년간 횡령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마티는 임기응변으로 행정기관이 우글거리는 시카고를 벗어나 미주리 주 오자크로 거점을 옮겨 보다 안정적으로 돈세탁을 할 수 있는 계획을 구상 중이었다고 둘러댄다. 결국 그렇게 가족과 함께 오게 된 오자크에서 마티는 점점 더 범죄의 수렁에 깊이 빠지게 된다.

  제이슨 베이트먼이 맡은 마티 버드는 ‘평범한 사람’으로 설정되어있다. 이 드라마는 마티가 어떻게 마약조직 자금 돈세탁이라는 범죄에 연루 혹은 가담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시즌1 1화에서부터 마티는 이미 카르텔의 돈을 수년간 세탁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티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봐야지만 캐릭터가 성립되는 대목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마티 뿐만 아니라 버드 가족 전체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처음에는 아내가 그 다음은 아이들이 보통 사람이라면 기겁할 사안들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진다.

 

버드 웬디

 

  특히 마티의 아내 웬디는 이 범죄에 오히려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이번 시즌3에서는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에서 신중해야한다는 마티와 정반대로 더욱 더 과감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결국 카르텔의 보스인 나바로의 눈에 들기까지 한다. 평범한 인물들이 범죄에 물들어가는 이러한 양상은 미드의 대부라할 수 있는 <브레이킹 배드>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다

  하지만 평범하다는 것이 뭘까? <오자크>에 한정해보자면 범죄에 가담하는 목적이 돈이냐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냐가 최소한의 표면적 기준이 될 수 있겠다더 이상 부부라기보다 파트너에 가까운 마티와 웬디가 매번 충돌할 때 마다 서로 주장하는 논리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길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번 시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벤을 앞뒤 생각없이 일단 살리고 보려는 모습에서 그들이 아직은 그리고 어쩌면 평범하고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을 지키는 방법에 있어서의 마티와 웬디의 상반된 입장이 시즌3를 관통하는 내용이다. 마티는 어떻게 해서든 출구전략을 찾아서 카르텔과의 관계에서 헤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웬디는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높여서 다지는 정치적 입지만이 가족을 지켜줄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춤했던 마티마저 멕시코로 끌려가 보스를 마주한 이후 합법적인 사업을 확장하는 계획에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시즌3는 절정을 맞는다.

  인생이 꼬이는 이들은 버드 가족뿐만 아니다. 마티네 가족이 오자크로 이사 온 이후 엮이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이전보다 더 좋지 않은 삶 혹은 죽음을 맞이한다. 핵심 조연들인 랭모어 가족과 스넬 가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작품의 서사를 팽팽하게 유지시키는 바로 이 조연들은 <오자크>의 큰 묘미다. 

 

본래 마티를 죽이려했으나 어느새 오른팔이 된 루스 랭모어.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말빨과 강단을 뿜어낸다.  루스를 연기한 줄리아 가너는 2019년 프라임타임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의리파 마녀인 달린 스넬. 이번 시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시즌에 불현듯 나타난 웬디의 남동생 벤. 시한폭탄의 본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나바로 카르텔의 변호사 헬렌. 시즌2에서 등장한 이후로 엄청난 포스를 뿜어낸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딸을 지키려는 암사자와 같은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시즌을 통해 버드 부부가 이 범죄에서 빠져나올 여지는 더 이상 없어졌다. 벤의 죽음은 지울 수 없는 상흔이라는 버드 가족 내부의 문제로 남길 수 있다면 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헬렌의 죽음은 나바로와의 직접적인 커넥션을 의미한다. 미국 내 카르텔 자금운용을 관리하던 조직의 중간보스들이 시즌2(리오), 3(헬렌)에 차례로 제거됨으로써 버드 부부는 이제 나바로의 바로 밑에 위치하게 된다.

  시즌4가 기대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평범한 삶으로의 티켓이었다고 할 수 있는 중간 연결고리가 없어짐으로써 이제 버드 부부는 카르텔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확장만 해가던 이야기를 어떻게 서서히 매듭지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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