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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 8주차: 고마워 한그라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황제코뿔소 2020. 8. 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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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차는 [대화]편이다. 제목은 “근대 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희망찬 오늘”로 4명의 학자들이 한국어를 주제로 나눈 대화가 수록되어 있다. 한글’과 ‘우리말’의 구분과 한국어의 시대구분에 대한 짧은 ‘속성강의’로 시작하여 해방 전후의 한국어의 역사, 한자 표기를 둘러싼 논쟁, 외래어 표기법 등 제한된 지면에 실로 밀도 높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내가 아는 한국어의 역사라 해봐야 한글창제의 배경과 과정, 일제강점기 시대의 ‘우리말’ 탄압, 사투리를 배제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표준화 작업에 관한 단편적인 조각들이 전부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차의 내용은 내게 상당히 낯설고 지루했다. 몰랐던 내용을 접할 때 지루함 보다는 배움의 흥분과 채움의 만족을 훨씬 자주 느끼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그러했다. 한국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보다 훨씬 시급한 현안들이 많다고 느껴지는 때라 그런 듯싶다.

임형택: 물고기가 물속에 살면서도 물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듯이 사람도 이 필수적인 언어를 별로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백낙청 선생은 표준화 운동의 과정에서 군사독재 정권의 영향에 대해 강조하는데, 자세한 부분들이야 내게 물론 생소했지만 전반적으로 익숙한 내용이었다. 근데 깊이 들어가면 꼭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최경봉: 저는 사회적으로 매스컴이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중심부 언어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방언이 위축되어간 것이지,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통제해서 없어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백낙청 선생은 아무래도 굵직한 말씀을 많이 해오신 분이긴 하다. 주요 저자로 펴낸 『백년의 변혁』도 그러하다. ‘3·1에서 촛불까지’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 백낙청 선생은 ‘한반도 근대의 나라 만들기’라는 긴 시간대를 관통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널리 알려진 학자일수록 과감한 일반화에 능하기 마련이지만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은 한편으로 과도하고 딱딱하다고 느껴진다.

본 대화의 주제였던 ‘한국어’와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한국어의 미래에 대한 학자들의 대체적인 낙관이었다. 정보화와 세계화, 국어의 범위에 대한 좁은 해석, 하나의 국가를 하나의 언어공동체로 본다는 인식 등 국어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이 분명 있겠지만 정승철 교수가 언급하듯이 “방언이 아니라 한국어 전체를 놓고 보면 국제사회에서 사용인구뿐 아니라 경제력 면에서도” 한국어가 소멸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 그리고 최근에 더욱 눈에 띄는 문화적인 확장성이 한국어를 튼튼하게 한다지만 파란만장한 역사를 견뎌낸 한국어가 없이 그 모든 것이 처음부터 어찌 가능했으랴.

마지막으로 『문장강화』라는 고전적인 글쓰기 교본을 남긴 소설가 이태준의 표현이 참으로 인상깊다.

“언어는 민중 전체가 의식주보다도 평등하게 가지는 최대의 문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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