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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시동을 걸어라, 오케이?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8. 1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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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운전면허를 땄다. 정말 드디어 땄다. 나의 면허 취득 대작전은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나가기 전에 따겠다고 학과시험부터 봤다. 운전면허를 따려면 학과시험→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 순서로 관문을 넘어야 한다. 나는 운전면허전문학원에서 연수를 받고 자체 시험을 보는 루트가 아닌 독학(?)으로 익힌 후에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시험만 보는 루트를 택했다. 70-80만원이 들어가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한번에만 통과한다면 채 10만원도 들이지 않고 면허를 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장일단이다. 운전강사에게 받는 교육없이 한번에 통과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전문학원에 가면 연습을 하던 그 장소에서 그대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기능이든 도로주행이든 단번에 합격하기 훨씬 수월하다. 특히 도로주행이야 기능을 붙으면 연습면허가 발급되기 때문에 집에 차가 있는 경우에는 연습을 실컷 해볼 수 있지만 기능시험은 시험장과 동일한 환경이 아니라면 연습이 무의미한 시험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연습하고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볼 경우 꼭 한번에 붙지 못해서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시간이 더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시험 응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떨어지면 최소 3일 이후부터 재응시가 가능한데 보통 1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면허를 급히 취득해야 할 이유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후자를 택했다. 집에서 강남운전면허시험장까지의 거리가 버스 세 정거장 거리이고 도로주행 코스가 다 우리 동네 주변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렇게 택한 자체 연습 및 시험장 옵션은 후회가 없다! 비록 8번이나 떨어졌지만 말이다ㅠㅠㅠ 나는야 8전 9기의 사나이.. 후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해명을 하자면.. 다소 사정이 있었다. 작년 3월에 학과시험까지 통과하고 기능시험을 신청해둔 상황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에 항암을 하면서 기능시험을 몇 번 응시했지만 떨어졌고, 11월 말에 이식을 받은 이후 몸조리를 한창 하던 당시 유효기간이 1년인 학과시험이 만료되었다. 나는 그때라도 운전면허전문학원으로 가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본래 택했던 면허시험장을 택했다. 4월에 학과시험을 다시 보고 기능시험에서 다수 떨어진 결과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8월이 되어서야 면허를 따게 되었다. 기나긴 모험을 다녀온 느낌이다.

예전에는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던 ‘운전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참으로 가지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제한되어 버린 지금 나의 처지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의 테두리가 조금은 넓어진 느낌이다.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아졌다. 나의 외래 진료를 조금이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다녀오고자 한동안 운전을 놓으셨던 엄마는 작년에 내가 무균실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연수를 받으셨고 다시 핸들을 잡으셨다. 펭귄을 편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으며 가까운 사람들과 여행도 가고 싶지만 무엇보다 (운전 능숙함과 무관하게) 나의 운전 스승인 엄마를 모시고 좋은 곳으로 바람 쐬러 가고 싶다.

 

 

이 날은 엄마랑 오랜만에 데이트를 한 날이기도 하다. 영화배급사에서 일하는 후배가 보내준 시사회 티켓을 보내준 덕분이다. 목요일은 엄마의 휴무일이기도 하기에 더욱더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는 잠실로 향했다. 옷 가게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좋은 옷, 예쁜 옷, 엄마 마음에 드는 옷을 사드리고 싶었으나 역시나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너무나도 엄격한 우리 엄마. 저녁은 롯데월드몰 6층에 있는 이성당 빵집에서 해결했다. 엄마가 드시고 싶으시던 구운모찌가 없어서 아쉬웠으나 우리는 야채빵과 단팥빵으로 너무나 맛있게 배를 채웠다.

후배는 먼 발치에서 아는 척만 간신히 하더니 곧바로 쌩을 깠다 ㅋ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보아서 반가웠다. 얼굴이나 반응과 성격 모두 그대로였다. 최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연수처럼 이 녀석도 2013년도에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은 사이이다.

 

 

그렇게 까칠한 후배 덕에 보게 된 영화는 <오케이! 마담>이다. 엄정화가 나오는 영화는 대체로 오락성 측면에서 괜찮은 편이다. <댄싱퀸>처럼 말이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재미있게 즐길만하다. 엄정화는 꽈배기집 사장 ‘미영’을 연기하는데 컴퓨터 수리 전문가이자 ‘미영’의 남편을 연기하는 박성웅과의 케미가 좋다. 부부는 딸과 함께 생애 첫 가족여행으로 하와이로 떠나는 중에 비행기가 납치당하게 된다. 알고 보면 범상치 않은 이 부부가 가족과 승객들을 구하는 내용이다. 어설픈 CG와 배우 이상윤에게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캐릭터가 거슬리지만 영화 전체를 해치는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엄정화 대사에 ‘오케이’가 자주 등장하긴 한다지만 영화 제목이 와닿지 않는다. 하여간 나와 엄마 모두 만족스럽게 보았다.

기분 좋은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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