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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시청-광화문 데이트 ② (feat.광화문국밥)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7. 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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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과 광화문을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도 감상하고 도심 속 한적한 카페에서의 여유가 너무 좋았었기에 우리는 또 다른 히치콕 특별전 상영작을 미리 예매했었다.

그렇게 진작 약속된 데이트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각자의 오전 일정이 있었다. 펭귄은 염색을 하고 왔는데 성공적이었다. 검은색으로 염색을 한다기에 살짝 이해가 안됐는데 하고나니 정말 달랐다.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흑발이 그녀에게 찰떡이었다. 나는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치렀다. 드디어 합격.. 연습면허까지 발급을 받고 시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먼저 일정이 끝난 나는 시청 옆 프레스센터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펭귄을 기다렸다. 바로 그 특정 스벅으로 간 이유는 다음 일정을 고려함도 있었지만 바로 한솔이를 보기 위함이었다. 한솔이가 서울시청이 운영하는 서울도서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점심을 먹는 것은 시간상 그건 불발되고 잠깐 얼굴이라도 보았다.

몇 주 전 독서모임에서, 며칠 전 연수네 집들이에서 만났고 며칠 후 독서모임에서 또 만날 예정이지만 언제나 반가운 한솔이. 한솔이가 다시 일하러 들어갈 때쯤 펭귄이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이트! 바로 점심부터 먹었다. 브레이크타임에 걸려서 지난주에 먹지 못한 광화문국밥으로 향했다. 시청-광화문 데이트를 한 번 더 계획한 이유이기도 했다. 예전에 함께 방문했을 때 반한 이후로 계속 벼르고 있던 집인데 지난주에 그렇게 된 이후로 더 감질이 나 있었다.

회사촌의 점심시간이 지나가던 시간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들어왔다. 우리는 국밥 2개에 비빔평양냉면 1개를 시켰다. 옆 테이블에서 막걸리를 시켜 먹던데.. 얼마나 부럽던지. 내가 아프기 전 우리는 데이트할 때 자주 반주를 했었다. 본래 반주가 낯설던 펭귄도 이내 본인이 먼저 찾곤 했었는데 이제 내가 안되니 원. 

이 집 메뉴는 위와 같다. 국밥을 특히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특도 고민이 되었지만 그냥 보통으로도 충분하다. 고기가 무진장 들어있다. 잡부위 없이 흑돼지 살코기만 넣는다고 한다. 국밥에서 고기만큼이나 중요한 국물은 간이 적당히 되어 있다. 벽에는 "광화문 국밥 드시는 법"이라고 하여 간을 보고 새우젓을 넣고, 다데기를 추천하지 않지만 넣을꺼면 절반을 먹고 넣으라고 안내가 되어 있다. 내 입맛엔 국물은 완벽했다. 손 댈 필요가 없었다. 맑은 국물인데 소금만으로 이런 맛이 어떻게 나지..? Hoxy...?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졸맛탱이다.

평양냉면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참기름 향과 깔끔하게 매콤한 양념이 메밀면에 더해지니 모자람이 없었다. 기본으로 나오는 깍두기와 오징어 젓갈도 일품이다. 밥 말아서 고기랑 같이 국밥 한 숟가락 퍼서 같이 먹으면 그 조합이 끝내준다. 나는 원래 김치랑 젓갈 다 먹으면 안되는 상태지만.. 못 참고 조금 먹었다. 

광화문국밥은 특유의 분위기가 또 죽여준다. 내부 간판과 목욕탕 타일은 옛날스러운 감성을 주는 인테리어이면서도 좌석과 전체적인 느낌은 아주 말끔하다. 벽 색깔과 선텐 처리된 통유리도 엣지 있다. 조명이 조금 어두운 편인 것이 아쉽긴하다.  

큰 주차장 안에 위치해 있어서 처음 찾아갈 때 살짝 헤맬 수도 있다. 나는 여기 본점만 가봤지만 다른 지점들 맛도 여기만큼 훌륭한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 하단에 살짝 보이듯이 광화문국밥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집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레스토랑에 별을 부여하는 것 외에도 빕 구르망(Bib Gourmand) 명단도 소개한다. “빕”은 미쉐린 그룹의 마스코트인 “비벤덤”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점들을 기준으로 한다. 광화문국밥도 빕구르망에 해당한다. 아무튼 본점 근처에 볼일이 있을 시 꼭 한번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그렇게 두둑이 배를 채웠으니 커피 한 잔 마셔줘야할 차례이다. 빌딩들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에서 펭귄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으니 그만한 힐링도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지난 주에 들렸던 라바타운을 다시 찾았다.

이미 둘러본 라바 굿즈들에 현혹된 펭귄을 북마커로 진정시키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카페윙클에서 커피를 마셨다. 막상 자리 잡고 앉아보니 여기저기 깨알같은 부분이 많이 보인다. 커피 맛도 괜찮았다. 

시원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마시면서 한동안 사진찍기 놀이를 하다보니 어느새 영화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볼 영화는 바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히치콕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손꼽은 작품이다. 2시간이 넘어가는 제법 긴 러닝타임도 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지난 주에 보았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보다 확실히 재미나 작품성이 더 뛰어난 것 같다. 자세한 영화 리뷰는 조만간 포스팅할 예정이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곧바로 대치로 넘어왔다. 저녁은 대치역에 위치한 일도씨닭갈비로 결정! 우리는 마지막에 먹는 볶음밥에 꽂혀있었다. 종로3가의 유명한 닭도리탕 집을 갈까 고민했던 이유도 바로 볶음밥이었다. 복잡한 종로3가를 헤집고 다니기엔 귀갓길 체력이 염려가 되기도 했고, 펭귄이 몇 번 갔을 때마다 괜찮았다기에 주저없이 동네로 넘어온 것이었다. 

꽤나 여러 옵션이 있었는데 우리는 치즈를 시키고 우동 사리를 추가했다. 닭갈비 가격이 원래 이랬나 싶었는데, 양이 많았다. 고대하던 볶음밥까지 시켰고 결국 조금 남겼다. 점심만큼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소화도 시킬 겸 지하에 있는 노브랜드에 갔다. 군것질 라인에서 눈이 돌아가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계산하니까 2만원이 훌쩍 ㅋㅋ 그렇게 계획에 없던 장을 한 아름 보고는 기한 만료 예정인 쿠폰 때문에 스벅까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데이트도 하루를 꽉 채웠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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