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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영화 그리고 벡델데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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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코뿔소 2020. 9. 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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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저녁 7시, 네이버는 <벡델데이 2020> 공식 행사를 온라인 중계했다. <벡델데이 2020>이란 9월 1일부터 7일까지 해당되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하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행사이다. (검색해보면 9월 7일까지 개최된다는 글들이 많은데 '행사'라할만한 것은 4일에 있었던 심포지엄과 라운드테이블이 전부이다) "여성과 영화"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할 얘기도 많은 주제이지만 이번에 개최된 <벡델데이 2020>을 소개하는 정도로 다루어 볼까 한다. 

# 벡델테스트

벡델테스트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영화 속 성평등 수준을 가늠하는 테스트이다. 1985년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자신의 만화 <주목할 만한 레즈들>에서 고안한 평가 방식이 유래이다. 이 테스트는 아래의 질문들로 이뤄진다. 

1.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둘 이상 등장하는가?

2.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가?

3. 여성 캐릭터들의 이야기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대한 것 이외의 것인가?

즉, 이름을 가진 두 여성 캐릭터가 남성 이외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벡델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영화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앨리슨 벡델

벡델테스트로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여성 캐릭터의 출현 여부와 정도는 영화의 구체적인 배경과 내용, 장르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든 페미니즘 영화가 수작일 리 없고, <여고괴담>이 <대부>보다 뛰어난 영화라고 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또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도 영화의 메시지는 지극히 뒤틀린 것일 수도 있다.

 
# 벡델데이 2020

 

벡델(Bechdel)의 B와 양성평등을 끊임없이 지켜보는 눈을 형상화한 <벡델데이 2020> 디자인

<벡델데이 2020>를 맞이해 한국영화감독조합과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 1월 1일~2020년 6월 30일 내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에 10편의 영화, '벡델초이스10'를 선정했다. 선정 기준으로는 기존의 벡델테스트에 다음의 4가지 항목을 더한 총 7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4.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인가?

5.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여성 단독 주연이 아닐 경우 여성 캐릭터의 역할과 비중이 남성 주인공과 동등한가?

6. 여성 캐릭터가 성별 정형화와 고정 관념에 갇힌 스트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는 않는가?

7.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는 않는가?


소수자를 구분짓는 기준은 분명 성별 외에도 너무나 많기에 '(성)차별 없는 영화'라는 취지에 있어서 7번과 같은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래는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된 영화 10편이다. 

 

 

나는 <82년생 김지영>, <메기>, <우리집>, <미성년>, <프랑스여자>, <벌새>를 보았다. <벌새>는 책으로도 접했는데,「벌새」에는 시나리오와 김보라 감독과 앨리슨 벡델의 대담이 실려있다. <윤희에게>는 아직 보지 못했고 <야구소녀>는 굳이 보지 않을 예정이다. 내가 본 작품들 중에서는 <미성년>도 좋지만 <메기>를 추천하고 싶다. 통통 튀는 매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 여성 그리고 영화

모두가 평등한 사회는 물론이고 차별없는 사회 또한 이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을 조금이나마 더 순수하게 만드는 것은 이상이며, 바로 그 이상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이 이 세상을 그나마 살만한 곳으로 만든다. 이번 행사의 취지도 크게는 그랬을 것이다. 포용이 아닌 배제의 언어를 구사하는 몇몇 '페미니즘'들 속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위의 창작물들은 유독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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