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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코뿔소의 날을 맞으며] 동물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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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코뿔소 2020. 9. 2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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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은 세계자연보호기금에서 지정한 '세계 코뿔소의 날'이다.

나만의 동물은 본래 호랑이었다. 본 블로그의 주소가 hworangi 때문인 것도 그 때문이다. 메일 주소 및 각종 아이디에 hworangi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코뿔소가 나만의 동물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이름이 "코뿔소의 코스모스"이고 닉네임이 코코인 것도 그 때문이다.

 

코뿔소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여자친구(펭귄) 때문이다. KOTRA에서 인턴을 할 당시 과장님이 코뿔소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다. 당시엔 별 감흥이 없었으나 여자친구가 이 얘기를 듣고 나의 애칭으로 코뿔소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여자친구에게 펭귄을 붙여주면서 펭펭이와 코코가 탄생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미술관 동물원>(2017) 전시

 

코뿔소는 멸종위기 최고 등급에 속한다.

 

 

맨 왼쪽은 멸종 위험이 낮고, 아직 위험 범주에 도달하지 않은 종들이 포함된다. 준위협은 머지 않은 미래에 야생에서 위기에 처할 가능이 높은 종들이 포함된다. 큰 개미핥기가 이에 해당한다. 

취약, 위기, 위급이 멸종위기에 해당하는 단계이다. 취약은 야생에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음(ex.반달가슴곰)을, 위기는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높음(판다)을 의미한다.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면 위급에 포함된다.

야생 절멸(혹은 멸종)은 동물원과 보호시설 외의 서식지에서는 이미 멸종되었음을 의미하고, 절멸은 말그대로 개체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끔찍하고 미안하다.

이러한 분류 기준에 맞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ation of Nature)이 적색 리스트를 작성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전세계 자연 및 자연보호를 위해 UN의 지원을 받아 1984년에 창설되었다. 국가회원과 정부기관 및 NGO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가회원들 중 하나이다. 

앞서 말한 '코뿔소의 날'을 지정한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은 세계 최대규모의 환경보전기관이다. 세계 100여 개국, 500만 명 이상의 후원자들로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로 운영되고 있다. WWF의 예산의 74.9%(2016년 기준)가 개인과 기업의 후원으로 마련된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WWF의 로고는 1961년에 창설된 이후로 여러 번 바뀌었다. 일 최근의 로고는 다들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호감도 측면에서 대중적이면서도 멸종위기라는 상징성을 고려하여 판다 이미지를 활용한 듯 싶다. 유럽의 왕족 및 귀족, 학자, 환경운동가 등이었던 7명의 창립자들 중에 동양인은 없다. 혹시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결과는 아닐지 조심스레 짐작도 해본다. 

WWF는 이름 또한 약간의 변천을 겪었다. WWF라는 약자를 사용한  것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01년부터이다. 초창기에는 "세계야생동물기금"이었으나 기관 활동의 범위를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1986년, 로고와 함께 "세계자연기금"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명칭 변경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는 기존의 명칭이 통용되고 번역의 혼란까지 발생하게 되자 약자로 국제 명칭을 통일하게 된 것이다. 

나는 기존에 MBC에서 제작, 방영한 다큐 <휴머니멀>을 리뷰(hworangi.tistory.com/36)한 바 있다.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8년 3월 19일 마지막 수컷인 '수단'이 세상을 떠나면서 북부흰코뿔소는 결국 자연적으로 멸종되었다. 이제 남은 북부코뿔소는 암컷 2마리, '나진'과 '파투' 뿐이다. 리뷰 포스팅을 남길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리 채취한 정자와 나진과 파투의 난자로 인공수정에 성공한 상태였다. 이후 북부흰코뿔소와 가장 유사한 유전자를 지닌 남부흰코불소 대리모들 자궁에 이식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여행금지로 수개월간 복원 작업이 중단되었다. 다행히 지난 달부터 코뿔소 복원 프로젝트가 다시 재개되었다. 

 

 

이제 지구상에 남은 코뿔소는 총 5종. 코뿔소들이 이렇게까지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게 된 이유는 대부분의 야생동물들과 같이 밀렵 때문이다. 발톱, 손톱과 같은 각질에 불과한 코뿔소의 뿔에 의료적인 효능이 있다는 잘못된 믿음 혹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천박한 욕망 때문에 암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총은 물론이고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코뿔소를 제압한 후 전기톱으로 코뿔소의 뿔을 자르고 도망가는데 채 10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복원의 노력 외에도 실제 성공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네팔의 제로포칭(Zero Poaching)이 대표적인 예이다. 19c 네팔에서 100마리까지 감소했던 남부흰코뿔소가 현재는 2만 마리까지도 회복되었다. 

우리 인간이 끼치는 영향은 단연 야생동물에만 한정되지 않다. 그러나 밀렵과 멸종에 맞서는 보존과 복원처럼 누군가는 분명 자성하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할 수 있다. "세계 코뿔소의 날" 지정도 작지만 그러한 노력의 일부일 것이다. 작용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기에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스레 질문들이 남는다. 인간은 동물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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