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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과 눈찜질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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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코뿔소 2020. 9. 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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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김영민 교수의 신간에 조선 후기 유만주라는 사람의 일화가 나온다. 그는 1784년 6월 12일에 의원에게 책을 계속 읽으면서도 눈이 침침하지 않도록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의사는 그 방법으로 따뜻한 김을 눈에 쐬기, 붉은 가루약 넣기, 육식 덜하기 그리고 책을 읽지 않기를 말했다고 한다. 책을 즐겨보는 것은 눈을 해치는 주된 원인이라며..

나도 요 근래 부쩍 눈이 침침해졌다. 책깨나 읽은 독서인이었다는 유만주처럼 책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나에겐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 영향이 더 클 것이다. 블루라이트를 차단해주는 안경 렌즈를 착용 중이고 핸드폰에 있는 블루라이트 필터 또한 상시적으로 켜두고 있다. 골수이식 후에 흔하게 오는 숙주반응들 중 하나인 안구건조증이 다행히 나에게는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눈의 피로가 부쩍 느껴져서 구매한 것이 바로 이 눈찜질팩이다. 정확히는 엄마가 사다주셨다. 한살림 제품이다. 한살림은 국내의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인데 엄마가 다니시는 직장이기도 하다. 한살림은 이 땅의 밥상, 농업, 생명을 살린다는 크나큰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데 엄마가 말씀하시는 매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느 사업체들과 똑같이 이윤의 논리로 돌아간다. 석사과정 중에 사회적경제 프로젝트를 참여했을 때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단위체들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가지는 의의만큼이나 한계들을 목도했었다.

동네 안의 시민정치
국내도서
저자 : 김의영 외
출판 : (주)푸른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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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한살림의 큰 비전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실행했느냐의 여부보다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한살림은 이윤만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사업들(ex. 지나가 일하고 있는 모심과살림 연구소)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밀살리기운동, GMO 반대운동 등 하나의 운동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나아가 환경을 위해 노력해 온 역사가 있다. 또한 환경과 동물권을 생각하는 비건들(ex. 한살림 조합원이기도한 한솔이)에게는 한살림이 보증된 대형마트와도 같다.

 

 

한살림 홈페이지

 

 

자원순환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지향한다는 취지에 맞게 이 눈찜찔팩도 재사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제품이다. 가격은 1만 7천원. 생각보다 비싸다. 눈의 피로를 위한 제품은 시중에 정말 많다. 메디힐리에서 나오는 아이온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온열안대는 일회용이다. 개별포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쓰레기도 배출된다. 5매에 8천5백원이니까 한살림 눈찜질팩이 아이온팩 10매 가격인 셈이다.

함께 들어있는 커버만 세탁해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재사용하기 까다롭지도 않다. 보관방법도 실온보관하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그리고 전자렌지에 돌리기 전 제품에 물을 살짝 분무하여 사용하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안내가 기재되어 있다.

나는 주로 밤에 자기 전에 온찜질을 한다. 잠이 스스르 잘 온다. 눈 주변이 이완되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고소한 팥냄새는 덤이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찜질팩을 커버에 넣고 전자렌지에 20초~30초 돌린 후에 사용하면 된다. 열감은 5분 정도 지속된다. 냉찜질도 가능한데 나는 아직 해보진 않았다. 찜질팩을 비닐봉투에 넣어 냉동실에 2시간 이상 넣어 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이 제품의 명칭은 보다시피 이팥눈찜질팩이다. 이팥은 예로부터 몸의 독소를 빼주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약팥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이러한 효능이 눈찜질팩에서 실질적으로 발휘할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유만주에게 눈이 침침하고 싶지 않으면 무엇보다 책을 읽지 말라던 의사의 처방처럼 눈의 불필요한 피로를 줄이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겠지만 책과 전자기기를 완전히 끊기는 힘든 시대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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