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출발 전날 우리 집에서 다 같이 잤다. 그리고 모두가 잠을 설쳤다. 이 날 유독 집에 모기가 많기도 했지만 여행의 설렘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깨운 탓이었다. 둘이서 거실에서 오붓하게 자라고 이불을 깔아줬지만 빽도는 내 방이 쾌적하다고 중간에 들어와서는 사부작거렸다. 연수는 새벽 3시 반에 내게 와서 고속도로 텅 비어있을 지금 출발하자고 한 술 더 떴다. 4시가 되니까 살짝 초조해졌다. 먼 길을 가야하는만큼 좋은 컨디션이 필요했다.
늦게나마 눈을 붙였지만 출발 전 소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꼭두새벽에 연수에게 정말 수십 통의 전화가 와있었던 것이다. 차 때문이었다. 연수가 우리 여행을 위해 친구로부터 차를 빌려왔는데 드라이브를 P에 놓고서 이중주차해둔 탓이었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그렇게 이중주차를 해두는 것은 그야말로 유구무언이다. 차를 빌려준 친구한테까지 전화가 간 상태였다. 빽도까지 함께 내려가 사태를 수습하고 올라온 지 채 15분이 안 되어서 전화가 다시 왔다. 이번엔 이중주차를 제대로 해두었음에도 차가 무거워서 밀리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잠도 부족한데 아침부터 액땜하느라 쏟은 에너지는 엄마가 차려주신 푸짐한 한 상으로 커버되었다. 닭 한 마리씩 들어간 삼계탕 뚝배기에다가 제육볶음을 포함한 굵직한 반찬들까지, 조심히 그리고 재밌게 다녀오라는 엄마의 마음이 가득 담긴 든든한 아침밥을 먹고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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