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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당일치기 여행 ① 간신히 먹은 옥천식당의 끝내주는 내장국밥

밖으로/언제나 여행

by 황제코뿔소 2024. 1. 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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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당일치기 여행(2023.12.13) ① 옥천식당

written by 펭귄

오후 2시까지 운영하고 재료 소진 시 조기에 마감한다. 우린 오후 1시쯤 식당에 도착했다. 약간 낡은 문을 열고 나니 내장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는 약간의 낯섦이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은 우리를 반겨주기 보단, 당황한 눈치였다. 웨이팅을 하더라도 식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부터 2시간을 달려왔어요.”
 
참담한 심경을 드러내는 신랑의 말을 들으면, 어느 누가 발 벗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겠는가. 너무 귀엽고 애처로운 한 마리 강아지같다. 어서 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자. 
 
여자 사장님은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보라며 주방으로 들어가 남자 사장님과 심각한 얼굴로 작전 회의를 했다. 여 사장님은 주방 바로 앞 왼편 테이블 손님들에게 3인분이 나올 수 없으니 죄송하게 되었다며 문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그리곤 우리를 보며 큰 소리로 식사가 어렵게 되었다고, 작은 소리로 2인분은 나올 수 있으니 15분 뒤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앞서 대기 중이었던 3명의 손님이 먼저 가게 문을 나섰고 신랑은 밍기적거리며 신발 한 짝을 신고 나에게 귓속말로 ‘신발 다 안 신어도 되는 거야?’라고 물었다. 앞서 퇴장당한 손님들이 머물렀던 테이블에 가니, 손 댄 밑반찬들이 보였다. 왠지 미안함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3인분이 안 되는 것일 뿐 2인분은 가능한 것이니, 불가피하다.

우리가 자리에 앉은 이후 손님이 몇명이나 더 왔다가 발걸음을 다들 돌려야했다. 어느새 식당 안은 한적해졌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음을 피해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조금 기다리니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던 사진과 똑같은 내장탕이 나왔다. 후추 향이 눈, 코, 입, 귀로 훅 들어왔다. 그만큼 강렬했다. 그 외에는 미리 공부해둔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순대 없이 내장만, 토렴해서 나오는 빠알간 국물에 청양 고추와 마늘을 추가해서 먹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입 안이 얼얼했다. 맞은편 왼쪽에 자리 잡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도, 오른편에 앉은 아저씨들도, 뒤쪽에서 약주를 잡수시던 아저씨들도, 식당 안은 모두 얼얼했다. 신랑은 다섯배 더 얼얼했다. 내 기억에 후추를 다섯 번 추가했다.

예상할 수 있는, 현지의 맛이다. 보통의 내장탕을 조금은 특별한 내장탕으로 만드는 비결은 아마 냄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내장을 못 먹었던 나로서는 내장을 즐기는 신랑을 만나 조금씩 그리고 계속해서 내장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유명하다고 소문난 맛집에 가더라도 내장 특유의 냄새는 여전히 나를 당혹케 하고, 차마 씹을 수 없는 부위들이 있다. 그런데 옥천식당에선 이상하게 역겹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내장탕 한 그릇을 온전히 나의 힘으로 비워낸 것은 처음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맛집이다.
 
식사를 모두 마치면 눈, 코, 입, 귀가 모두 뻥 뚫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약간 아쉬운 양을 마저 채우기 위해서는 핫도그나 꽈배기집을 찾아야 한다. 우리 바로 앞에 식사를 마쳤던 아저씨도 내장탕 한 그릇의 양이 부족하다고 두 그릇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먹고 싶어도 더 시킬 수가 없는 가게 상황에 대해 토로하니, 여사장님은 명쾌한 답을 내주었다. 
 
“다음엔 일찍 오세요.”
 
1인 1그릇 제한은 없는 듯하다. 부지런함이 문제다.

양구 5일장 중앙시장 앞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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