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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치과는 무서워 (D+338)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11. 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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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달 가량 전이었다. 왼쪽 윗몸 상단에 느낌이 온 지가.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지면서 스킨, 로션을 바르느라 얼굴을 쳤는데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원체 얼굴에 화장품을 바를 때 얼얼할 정도로 얼굴을 때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기서 오는 통증인가보다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점점 그 느낌은 명확해졌다. 내가 유독 견디지 못하는 시림 증상도 문제였지만 증상이 특정 부위만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느껴져서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두통은 없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불편한 지경에 이르자 결국 치과를 찾았다. 날 위해 걱정인형까지 손수 짜주셨던 바로 그 지인 치과쌤을 찾아갔다.

하지만 진료를 거부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주치의의 허락을 받고 오라는 것이었다. 내가 겪고 있던 증상은 치주염인데 플라그와 치석이 오랫동안 쌓인 탓이란다. 이는 스케일링 한 번이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씀하셨다. 문제는 내가 스케일링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아직 면역수치를 포함하여 호중구, 혈소판 수치가 정상치까지 올라오지 않은 상태이다. 그 때문인지 출혈이 발생하는 어떠한 치료도 현재의 내 상태에서는 불가하다고 주치의가 최근에 못을 박았다. 

나로서는 어떻게든 이 불편함을 당장 해소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원래는 11월 초에 잡혀있는 정기 외래진료를 1주일 당겨서 잡았다. 하루 정도만 버티고 외래를 가서 허락을 구해와야했다. 하지만 주치의인 김희제 교수의 허락은 결코 쉬운 퀘스트가 아니다. 김희제 교수는 불쌍한 척, 엄살 등으로는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 단호박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시도해야만했다.

그렇게 조금 일찍 찾게 된 병원. 혈액내과(오전)와 항상 같이 방문해야하는 감염내과(오후)도 보고 오면 좋지만 감염내과 교수님이 휴가여서 본래 진료날이었던 다음 주에 따로 와야만 했다. 오전에 일찍 와봐야 감염내과 때문에 반나절을 병원에서 내내 기다려야했지만 이 날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먹고 일찍 방문해서 체혈을 했다.

그런데 왠걸! 혈액수치가 꽤나 잘 나온 것이다. 최근 들어 호중구가 가장 높게 나왔고 빈혈수치는 정상, 혈소판은 (정상에는 미달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강남성모병원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 파미에파크점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병원 어플로 결과를 확인한 엄마와 나는 내심 들떴다. 이 정도 수치면 왠지 스케일링을 허락해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허락을 했다!!! 그것도 흔쾌히. 바로 치과 진료를 잡아주겠다는 것을 내가 그냥 지인한테 진료받겠다고 했다. 감염내과 진료도 없으니 양재역 부근에 있는 치과쌤을 바로 찾아갔다. 대번에 허락받고 온거냐고 물으시더니 내 입 속을 헤집어 놓으셨다.

'위이이이이잉~~', '사각사각' 하는 그 특유의 소리들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치과는 언제나 무섭다. 치과 쌤은 겁에 질려서 입에 힘이 들어간 나를 두고 엄살쟁이라느니, 이런 놈 처음 본다느니 애정섞인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내가 만나는 의사들은 왜 이렇게 죄다 거칠고 단호한건지..

신기하게도 딱 하루가 지나니까 시림 증상은 사라졌다. 날 괴롭히던 치아 문제를 해결하고 혈액수치까지 좋게 나와서 이사로 이래저래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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