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00215-16 청평여행 Day2

밖으로/언제나 여행

by 황제코뿔소 2020. 2. 23. 01:18

본문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한솔이와 지나가 위의 노래를 부르며 내가 자던 방을 습격했다. 10시였다. 내가 매일 아침, 밤 10시에 면역억제제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 그때 깨운 것이었다. 바로 전날부터 하루 한알, 밤에만 먹는 것으로 변동되었지만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비글미 넘치게 나를 깨운 방식은 한솔+지나 조합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기특하고 고마운 녀석들.

  아침은 햇반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스팸. 7명이 옹기종기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밥을 다같이 먹으니까 정말 가족 같았다. 그렇게 쳐묵하면서 우리는 당일 계획을 짰다. 아침고요수목원이라는 굵직한 일정은 있는데 청평에 더 머물지 서울로 미리 올라갈지가 관건이었다. 미사리조정경기장, 하남 스타필드, 청평닭갈비 및 카페 등 여러 옵션이 언급되는 가운데.. 거실 통유리로 펑펑 쏟아지는 눈이 보였다. 점차 많이 내린 것이 아니라 정말 갑자기 함박눈이 내렸다. 일정이고 뭐고 다같이 테라스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삼각대까지 챙겨온 내롬이는 꼼꼼히 단체사진을 남겨줬다. 펭귄이 없는게 아쉽ㅜ

  사진도 찍었겠다 일단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가자~! 숙소에서 15분 거리었기 때문에 금방 도착했다. 이동하는 동안 아침고요수목원에 가본 적 있는 멤버들이 수목원이 되게 예쁘게 잘 가꾸어져 있었다고 호평했다. 눈도 내리는 덕에 특별한 운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입구에서 기념사진만 하나 박고 돌아섰다. 우선 눈이 너무 굵기도 굵고 정말 엄청나게 내렸다. 바람도 꽤나 불어서 추위도 걱정이었다. 관람소요시간이 대략 2시간이라는데 따뜻했던 전날 날씨로 인해 얇게 입고 온 멤버들에게 눈바람 맞으며 2시간을 걸어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가격이 성인 9,500원으로 생각보다 비쌌다. 굳이 체력, 돈과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에 펭귄이랑 한번 와봐야겠다. 게다가 근처에는 펭귄이 좋아하는 두부집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겨울에는 밤에, 여름에는 낮에 특히나 더 이쁘다고하니 참고!

모아이카페 건물로 들어가는 길

  우리는 아침고요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많이 보이는 예쁜 카페들 중 하나로 들어갔다. 가장 넓찍해보이고 건물이 초현실적인 것 같아서 모아이카페를 골라잡았다. 근데 왠걸? 사실 넓지도 않은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저 앞에 펼쳐진 잔디밭만 넓찍. 뒤에 솟아 있는 건물들은 펜션이었고, 커피 가격은 비쌀 꺼라는 사전예상을 넘어섰다. 원두도 직접 볶는 것 같지 않았고 맛도 특별하지 않았다. 인스타용 카페라 어쩔 수 없나. 커다란 단체석은 하나 딱 있는데 거기 앉아있던 커플이 흔쾌히 자리를 옮겨줘서 우리는 다같이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여튼 추운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커피 마시며 몸을 녹이니 크허 좋구나~

그 와중에 손하트룰 했네

  문학모임 산책의 다음 일정도 정했다. 2주에 한번 모이다가 이번에는 한달 가량의 텀을 두고 3월 11일에 모이기로 했다. 분량과 형식 모두 자유로운 서평 작성은 물론이고 최근에 수정이 검토되던 책 선정 방식도 각자 자유롭게 한권 고르는 것으로 유지됐다. 특이사항은 도현이가 다음 모임부터 참석하고 내롬이는 공무원 연수 때문에 불참한다는 점이다. 도현이는 현재 다니던 노무법인에서 2월까지만 일하고 한동안 쉬다가 로스쿨을 준비할 것 같다. 내롬이는 출입국사무소 직렬로 가고자 이중국적도 포기했다. 사랑하는 동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가족행사로 인해 먼저 헤어져야하는 지나의 ITX 시간에 맞게 다같이 일어섰다. 근방에 특별히 더 가볼만한 곳은 없다는 판단 하에 서울로 일찍 이동하기로 하였고, 보다 쾌적한 이동을 위해 연수지나와 함께 ITX를 이용하고 용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나는 내가 사회대 학생회장을 할 당시 사무국장이었다. 그 다음 해 나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지나가 내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실현해보고자 했던 가치들을 사회대 학생회장,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이어나가줬다. 조금 오바해서 원피스로 따지면 D의 의지랄까. 이후 2년 동안 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는데, 학생이사 신분으로 최초로 이사장에 취임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생협의 실질적 주체가 되어야 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 12월에 이사장 임기가 끝났고, 최근에는 모심과살림연구소에 취직하여 사회적경제 및 협동조합 관련한 일을 하고있다. 내겐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존재다. 

  우리는 차로 이동하면서 청평에서 닭갈비 못 먹은 아쉬움을 단숨에 없애줄 엄청난 맛집이 용산에 있다는 도현-한솔 커플의 정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브레이크 타임 때문에 붕 뜨는 45분 가량은 아이파크몰에서 비벼보기로 했다. 연수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도토리숲에 있었다. 도토리숲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들이 잔뜩 모여있는 샵이다. 나는 롯데월드몰 지하에 있는 도토리숲을 여러번 가봤기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영풍문고에서 책을 좀 살펴봤다.

연수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한솔이

  자자 이제 배를 채울 시간. 상호명은 바로 "오근네닭갈비"! 그런데 걸어가기에 거리가 쫌 있었다. 날이 좋으면 모를까 청평 못지않게 내리는 눈과 강한 바람 그리고 어느새 스물스물 올라오는 우리의 허기까지.. 왜 항상 우리는 모이면 이렇게 빡세냐며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다보니 철도길에 다닿았다. 우리 같은 '외부자'들에게야 그 곳 철도길, 담벼락길이 "와 느낌있다~"이고 저곳에 사시는 분들에겐 소음과 안전, 추위에 노출된 일상이려나. 

담벼락 너머는 바로 철도

  아이파크몰에서 향하는 기준으로 철도길 두 개를 지나면 우리의 닭갈비집이 드디어 등장한다. 날이 추웠지만 따로 대기할만한 장소는 없고 브레이크타임이 끝나는 정시에 들여보내준다. 오근네는 춘천 지역을 일컫는 옛말이란다. 역시 닭갈비는 청평보다는 춘천인가.. 정말 맛있었다! 맵지도 너무 강하지 않는 향신료 향이 느껴지는 양념이 맛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닭 그 자체. 어느 정도의 오동통함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뻑뻑함이 정말 1도 없다. 또 하나 언급할만한 것이 바로 밑반찬이다. 밑반찬이 잘나온다기 보다 닭갈비와의 조화가 좋다. 특히 하얀 소스 올려진 샐러드를 닭갈비와 함께 먹기를 강력추천! 마지막 볶음밥도 일품이다. 커다란 주걱으로 계속 휘집어 줘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사실 이것도 테이블 일행들과 번갈아 가면서 하다보면 금방 끝난다. 

우동사리와 고구마 사리를 추가해서 먹었다.

  이 집은 미슐랭 가이드 2018에도 나왔단다. 난 미슐랭 가이드를 맹목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불신하지도 않는다. 내 별명 중 하나가 배슐랭. 작년 국내에서는 미슐랭 가이드 조작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http://www.kdf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371). 나도 뭐 근거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런 매수와 조작은 일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120년을 이어온 세계적인 평판이 그런 속임수로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것이 오히려 믿기 힘들다. 내가 미슐랭 가이드를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별점의 의미다. 미슐랭 가이드는 식당과 호텔 정보를 주로 다루는 '레드시리즈'와 보다 전반적인 여행 정보에 초점을 맞춘 '그린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레드시리즈 별점이 흔히 말하는 미슐랭 가이드 별점이다. 3개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 2개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집',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집'을 의미한다. 반면 나의 굵직한 기준은 1. 추천할만한가 2. 재방문의사 이다. 오근네닭갈비는 둘 다 해당된다. 내가 지금 용산이라면 무조건 갈만한 정도이다. 저걸 먹으러 용산으로 굳이 갈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용산역과 전자상가 일대를 이어주는 파란색 구름다리

  이 멤버들과 여행할 때 빠지지 않는 일정인 맛집 방문을 끝으로 이번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차를 세워 둔 전자상가 공영주차장에서 귀가를 위해 다시 용산역으로 가야하는 멤버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누가 보면 한동안 못 볼 사이 같지만 몇 주 후에 문학모임 산책으로 다시 만날 얼굴들. 그동안 내 건강이 무탈하다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반응형

'밖으로 > 언제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823-25 구례-하동여행 Prologue  (2) 2020.09.18
20200802-03 파주여행 Day2  (6) 2020.08.30
20200802-03 파주여행 Day1  (0) 2020.08.20
20200802-03 파주여행 prologue  (0) 2020.08.18
20200215-16 청평여행 Day1  (2) 2020.02.22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