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선제적으로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을 선두로 아랍에미레트, 바레인 그리고 미국이 인구 대비 접종률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37일 만이다. 한국에서는 시기와 물량에 있어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부터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정부가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예방접종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아래는 국내의 대표적인 한 언론사가 2020년 12월, 열흘의 터울을 두고 발행한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한국, 빨라야 2~3월 접종… 구매계약은 1000만명분이 전부”
“일본 이르면 내년 3월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그러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순항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신은 까다로운 관리와 접종 과정을 요구하는데 실전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접종이 큰 차질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인구 5배에 달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도 백신 공급과 접종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프랑스 또한 유난히 더딘 백신 접종 속도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자 수가 60만 명을 돌파할 때, 백신 접종을 9일이나 일찍 시작한 일본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국민 모두가 백신을 접종하는데 126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접종이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접종 속도가 빠른 이유로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 백신 긴급승인, 국민 백신접종 경험이 풍부했다는 점들이 꼽힌다. 또한 특수주사기 및 냉동유통체계 등의 인프라 마련이 큰 역할을 했다. 보통의 주사기는 투약 후에 주사기 끝에 잔량이 남게 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특수주사기는 잔여량을 최소화했다. 이 주사기를 사용함으로써 동일한 백신 1병으로 1, 2명 분의 접종이 추가로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백신은 근육 속으로 약이 투여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인슐린 주사기로는 피하지방 아래에 위치한 근육 속으로 약이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구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이 특수주사기는 중소기업의 혁신, 정부의 지원, 대기업의 상생이라는 삼박자가 이뤄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리서치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백신 예방접종 의향을 물어본 조사[1]에서 87%가 예방접종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주요 국가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최소 17%포인트, 최대 41%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 1만 9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을 물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1%만이 백신을 맞겠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백신 및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했다. 2019년에는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백신을 맞아 미 의회에서 증언까지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홍역 백신이 자폐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1988년 영국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수많은 논문이 이를 반박했으며, 심지어 2010년에는 해당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내 만 2살 이하 영유아의 백신 미접종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약 안 쓰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안아키’)들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부모의 잘못된 믿음은 자녀를 위기에 내몰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 가짜뉴스와 그릇된 불신은 한 가정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1] “기획: 코로나19 백신 개발 인식조사,” 한국리서치 주간리포트(제89-2호),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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