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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불평등-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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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코뿔소 2021. 4. 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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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는 차별이 있지만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남긴 말이다. 그는 『위험사회』(1986)에서 현대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위험사회로, 재화의 분배가 위험의 분배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험사회에서는 기존의 산업사회와 달리 성별과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가 말한 위험은 환경오염, 원자력발전과 같이 인간 문명의 발전에 따른 문제들을 일컫는다.[1] 저자가 말한 위험은 측정 불가능한 위험을 뜻하는 'danger'가 아니라 어느 정도 통제가능한 위험인 'risk'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의 자본주의 생활양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2]하면 팬데믹 시대에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험 또한 저자가 다룬 위험과 궤를 같이 한다. 실제로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하여 유명 영화배우들 같은 개인부터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나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위험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위험은 초국가적이며 비계급적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에서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존 머터(John C. Mutter)는 『재난 불평등』(2016)을 통해 유사한 수준의 재난을 겪은 두 나라에서 재건의 과정이 얼마나 상이한지를 다룬다. 재난을 단순히 자연과학자의 시선을 벗어나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서 연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2010년 아이티 지진과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비교한다. 아이티 지진의 경우 집계된 사망자수만 30만 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연간 GDP를 초과할 정도였다. 반면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아이티를 덮친 지진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컸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수는 1할에 못 미쳤고 1년이 채 안되어 복구를 마쳤다. 그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격차, 기존에 존재해 온 부조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개정판 서문에서 그는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뚜렷하고 불편한 결과는 미국 내 코로나19 희생자의 인종적 불균형이라고 언급하면서 질병과 재난의 닮은 꼴을 강조한다. 

출처: 플라이북


[1] 책이 출간된 1986년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해이다.

[2] 롭 월러스는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공장식 축산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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