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인 뉴욕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에 비해 15배 높게 나타났다.[1] 두 지역은 인구 구성 비율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데 미국 전체에서 흑인의 사망률이 다른 인종에 비해 2배 높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은 원격 근무가 불가능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다수이고, 높은 집세로 인해 하나의 주거 공간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이러한 인종적 불균형은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 또한 내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탓에 평소에 정기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여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빨리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이다.
해당 데이터의 출처인 뉴욕 보건부는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인종 및 민족 그룹 간의 건강 결과 차이는 생물학적 또는 개인적 특성이 아닌 장기적인 구조적 인종 차별에 기인합니다. 구조적 인종주의(정부 기관 및 사회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수세기에 걸친 인종 차별적 정책 및 차별적 관행)는 유색 인종 공동체가 중요한 자원(ex. 의료, 주택 및 식품)과 기회(ex. 고용 및 교육)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고 전반적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코로나19가 유색 인종 뉴욕시민에 미치는 불균등한 영향은 이러한 불평등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합니다.”[2]
시야를 확대해서 국가들 간 차이를 보자. 우선 국가 간 불평등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EU의 경우 인구의 2배, 미국과 영국은 4배 이상이 접종 가능한 물량을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을 생산하고 국가들과 계약하는 제약회사는 결코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현재 성인 절반이 백신을 최소 1차례 맞은 상황이지만 3차 접종을 뜻하는 '부스터샷'을 위해 백신 수출을 금지했다. 전 세계 백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인도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마찬가지로 수출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숨지는 사람은 매일 만 명을 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이 남는 나라들은 백신을 관광상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공표했으며, 유럽에서는 백신 관광상품이 이미 쏟아지는 상황이다.
올해 초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었지만 접종을 개시한 국가들은 대부분 고소득 국가였다. WHO는 코로나19 백신을 공동으로 구매하여 배분하는 코백스 퍼실리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검토 중이라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나아가 국가 간 불평등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경제구조가 관광산업이나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이거나 이주노동자들의 외화 송금이 유의미한 비중으로 GDP를 구성하는 저소득 국가들은 이미 경제적 타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와 저성장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는 이러한 추세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 되었다.
[1] “뉴욕 코로나19 사망률, 가난한 지역이 최대 15배 높았다,” 프레시안, 2020/05/20.
[2] https://www1.nyc.gov/site/doh/covid/covid-19-data.page#aboutthe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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