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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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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펭's 코코 2021. 6. 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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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스승

선생은 있지만, 스승이 없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에는 선생보다 스승을 높이는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선생은 학교 혹은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인 동시에 일상적으로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쓰는 호칭으로 많이 혼용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선생이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비속화되기도 하였는데, 더 거슬러 올라가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는 순우리말인 스승에게 쓰임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만 했다.

스승이라는 용어가 한글 창제와 각별한 인연(515일은 세종대왕이 나신 날이다)이긴 하지만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말이다. 그 이전부터 본래 제사장과 행정의 수반을 이르던 말로 쓰였다고 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통찰을 지니고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스승의 어원이 불교의 승려를 뜻하는 사승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스승이라는 말이 존재했음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오래전부터 쓰여 온 용어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지식의 측면과 아울러 인격적으로 모범이 되고 삶의 지혜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스승이라고 부른다.

그 어원이 어찌 되었든 오늘날 두 용어 간에 단순한 뉘앙스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 차이는 두 용어 각각이 전제로 하는 관계로부터도 찾아볼 수 있다. 선생은 학생의 존재를, 스승은 제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선생과 학생 간에는 스승-제자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관계의 깊이 혹은 자발성의 정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선생-학생은 서로를 특정해서 맺은 인연보다는 본래 각자가 선생과 학생이었는데 만나게 된 관계에 왠지 더 어울린다. ‘사부처럼 스승을 아버지와 같이 우러러 받들진 않더라도 스승-제자에게는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의 쿨함보다 끈적함이 연상된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입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師弟(사제)의 連鎖(연쇄)를
확인하는 것이 곧 自己(자기)의 발견입니다.
- <스승과 제자>, 신영복

 

# ‘스승의 자격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1919년 뮌헨대학에서의 강연을 엮은 책)스승의 자격에 대한 내 나름의 기준에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베버는 학자의 중요한 직분은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엄격히 구별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학생들에게 지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베버가 제시한 유능한 교수의 첫 번째 임무는 학생들에게 그들 자신의 가치와 입장의 정당화에 불리한 사실들을 인정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이어서 그는 독일과 미국에서 대학교수로의 취직과 같은 학문의 외적 조건이 얼마나 상이한지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인은 자기 앞에 서 있는 교수에 대해 ‘저 교수는 자신의 지식과 방법을 우리 아버지가 준 돈을 받고 내게 파는데, 채소 장수 아주머니가 우리 어머니에게 양배추를 파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그 어떤 미국 젊은이도 교수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학자로서 정치를 말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하더라도 그것이 강의실 안이냐 밖이냐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언행의 내용일 것이며 살아온 삶이 그 내용과 일관되느냐의 여부이다.

베버의 논의에서 스승의 자격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단초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은 그가 학문은 우리에게 윤리적-당위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떠한 답도 주지 못한다고 말한 톨스토이를 인용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지식의 차원을 넘어 삶의 좋은 지침이 되는 사람이야말로 스승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사상과 지식은 끊임없이 축적된다는 것이다. 베버는 갈수록 전문화되는 학문의 세계에서 자신의 업적은 항상 시대에 뒤처지기 마련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베버는 학문의 분야에 한정을 지어 말한 것이지만, 이는 사회의 전 분야 그리고 각각의 개인에게도 해당한다. 축적을 토대로 한 진보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뒤 처지일지언정 자신의 전문성 그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연마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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