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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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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펭's 코코 2021. 6. 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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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측근 중에는 학교 선생님이 여럿이다. 우선, 25년 막역지우인 ‘조개탕’이다. 어느새 8년 차 선생님인 조개탕은 임용고시도 한 번에 통과하고, 방학에 틈틈이 대학원을 다닌 끝에 작년에는 석사학위까지 받은 능력이 출중한 선생님이다. 일전의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녀석은 일부러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자원하고 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해설 영상을 만드는 등 여건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는 훌륭한 선생님이다. 대학 교수님들을 학교로 모셔서 학생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일도 자처한다.
내 블로그의 단골 등장인물인 연수의 경우에는 대안학교 선생님이다. 연수 곁에서 보고 들어보니, 대안학교는 일반고 보다 돌봄의 역할이 교사에게 더 부여된다는 특징이 있다. 맡은 학생의 수는 적지만 학생들과의 관계는 상당히 깊고 세밀하다. 정규과정이라는 교과 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직접 구성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항상 업무에 시달려서 힘들어하면서도,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대해 동료들과 열띠게 화상회의를 하고 본인이 기획한 시(詩)수업을 새벽까지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연수 특유의 낭만 가득한 감성과 건강한 생각들이 그와 함께 호흡하는 학생들에게도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책과 영상으로 접한 멋진 ‘선생님’들이 있다. 사실 ‘선생님’, ‘스승’에 대한 일련의 포스팅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이들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몇 달 전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의 저자 이강휘 국어 선생님이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재즈 듣는 소녀들’을 개설하게 되었고, 재즈를 듣고 감상을 써보는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참고삼아 보여주려고 쓴 글 몇 편이 모이고 모여 완성된 책이다.

우리가 이 책을 선정했던 이유는 재즈였다. 『재즈 잇 업!(Jazz It Up!)』라는 유명한 재즈 입문서이자 국내 최초의 재즈 만화가 있지만, 글을 읽자는 취지에 맞게 본 책이 선정되었다. 책 중간중간에는 QR코드가 함께 실려있어서 해당 곡들을 들으며 저자의 감상을 읽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재즈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학생들을 생각하는 진심이 담겨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이들의 성장에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강의보다 글을 쓰게 하거나 책을 읽히는 수업을 즐긴다. 물론 아이들은 글쓰기나 책 읽기를 버거워하지만 졸기 위해 애쓸 만큼 수업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자기들이 숨 쉴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방식은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문제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살펴주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시야를 키울 수 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아니더라도 본인은 재즈가 안 맞는 것 같다던 학생이 매일 밤 재즈를 들으면서 잔다고 말하는 짧은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재즈 그리고 재즈 수업이 입시에 지친 학생과 선생님에게 소중한 휴식과 추억을 선물하지 않았을까?

두 번째 주인공은 울산 온남초 이민정 교사이다. 그녀의 반 학생들은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후보자들에게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를 풀어달라는 편지를 썼다. 학생들이 태어난 해에 개관한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지금까지 8마리의 고래가 폐사한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편지라는 발화의 방식, 수취인을 누구로 할 것인지 등에 있어서 선생님의 ‘지도’가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2명의 후보로부터 답장을 받기까지 학생들은 자신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그 무엇보다 값진 배움을 얻지 않았을까? 설령 온전히 학생들의 기획으로 실행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선생님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초6인데요, 여기 제가 살아갈 곳이니까 목소리 좀 낼게요 - YouTube

이 선생님은 2019년, 전 세계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 시위를 하기로 한 날에, 등교하되 함께 캠페인송을 부르고, 비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아이들과 나누는 등 교과가 아닌 대체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번 초등학생이 화제가 되는 요즘, 사회가 학교를 투과하여 학생들과 연결되는 매개가 입시도 모자라 돈이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학생들 또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야 하고 ‘요즘 애들’은 분명 라떼와는 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희망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의 토대가 된다. 지혜로운 선생님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선생이 학생들과 무엇을 고민하고 나누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많은 정보나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대상과 필자의 관계로부터 옵니다. 애정의 젖줄로 연결되거나 운명의 핏줄로 맺어짐이 없이 다만 대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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