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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봄] 에코미션: 간신히라도, 나라도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펭펭's 코코 2021. 7. 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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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이 무엇인가요?”

우체국 직원이 내가 내민 택배 송장지를 보고 물었다. 그는 이내 되물었다.

병뚜껑이요?”

아마 내가 내용물을 기재하는 칸을 비워두지 않았어도 확인차 혹은 의아하다는 듯이 묻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히 부끄러워서 비워둔 것은 아니었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고자 그간 모아둔 병뚜껑들을 환생소로 보내는 일인데, 얼마나 당당하고 기특한 일이던가! 다만 쓰레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보낸다는 것이 생경했을 뿐이다. 정확히는 환경을 위해 이렇게까지(무우려 4천원이나 지불하면서까지 말이다!) 하는 실천이 낯설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오늘 오전, 그렇게 보낸 택배가 창비 담당자에게 잘 전달되었다는 메시지를 우체국 택배로부터 받았다. 수령 마감일이었던 오늘 안에 겨우 도착한 것이다. 침대 사이드 테이블을 뒤덮고 있던 종이봉투를 볼 때마다 보내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되뇌었지만, 여느 창비 미션들과 마찬가지로 제출 기한이 임박해서야 겨우 우체국을 찾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항상 그래왔다. 시험, 진로 등 내가 마주한 과제를 미리미리 준비한 기억은 많지 않다. 사안이 지니는 중요도의 차이도 준비의 과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위로를 삼기에는 애석하지만, 인류 전체가 그래왔던 것 같다. 7년 뒤에 지구의 기온이 1.5도 상승한다는 이 와중에 인류는 너무 늦지 않게 과제를 제출할 수 있을까? 팬데믹이라는 공동의 과제 앞에서도 인류는 기존의 생활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보다는 마스크와 백신으로 이 시기를 지나가는 데 급급하지는 않은가?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인류 전체라고 표현할 때 주춤했다. 거대하지 않을지언정 묵묵한 행동들이 내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약 한 알도 그냥 버리지 않고 약국에 가져가 폐기하는 어머니, 일상의 전 분야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는 후배, 에코챌린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환기를 돋운 창비가 그렇다. 이들이 나와 가까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앞서 말한 근본적인 재고에 보탬이 되기에는 부족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더더욱 능력이 되지 않는다. 병뚜껑이 창비에서 보내준 종이봉투가 넘치도록 쌓인 이유는 에코미션 수행에 대한 게으름으로 인해 수집 기간의 자체적인 종료가 계속 지연됨 때문만은 아니다. 백혈병 진단 이후 일회용품 사용은 나의 생활수칙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살고자 지구를 아프게 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행할 예정이다.

리워드로 받은 튜브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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