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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Monster, 2023)① - 너무나도 투명한 아이들에 비친 나의 모습은 괴물이었다.

Theatre/movie

by 황제코뿔소 2024. 1. 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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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본 최고의 영화이다. 

영화를 보며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며칠 내내 진한 여운이 남아서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 줄거리

시놉시는 다음과 같다. 

“우리 동네에는 괴물이 산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용기를 내 찾아간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한 날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하고.

“괴물은 누구인가?”
한편 사오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데…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괴물>은 사실상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련의 사건을 엄마, 교사, 학생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주요 사건들을 순행적으로, 꼼꼼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에 시점에 따라 특정 측면만 선택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관객은 한정된 정보만을 접하게 됨으로써 누가 괴물인지를 감독이 의도한대로 짐작하게 된다. 결국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누가 괴물인지를 색출하고 있는 자신 또한 괴물임을 깨닫게 된다. 

 

# 어른과 아이들

작품 초반 중심 인물이 되는 엄마는 얼핏 보기에는 아들과 가깝고 남편이 없는 와중에도 아들을 잘 키워나가려는 좋은 엄마처럼 보여진다. 아들 ‘미나토’의 ‘방황’을 두고 당황해할 때도 사춘기 아들을 어찌할 바 모르는 평범한 엄마처럼만 보인다. 

‘사오리’의 시점을 따라 괴물로 보였던 교사 ‘호리 선생’은 알고 보면 꽤나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진실 따위에는 관심없고 논란을 축소하기에 급급한 교장과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안쓰럽게 보이고,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거나 심지어 거짓을 말할 때는 <더 헌트>(2012)의 유치원 교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 속 단 한 명의 어른도 ‘미나토’와 ‘요리’의 마음에 가닿지 못한다. (-‘평범’한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고립된 외로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벌새>(2018)가 떠오른 대목이다.) <괴물>에서 어른들은 ‘미나토’와 ‘요리’를 이해하고 품어주지 못한 정도 이상으로 이들의 혼란과 아픔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사오리’는 하얀 선을 넘어가면 지옥에 떨어진다던지 자신의 남편은 내연녀와 놀러 가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임에도 ‘미나토’에게 정상 가족을 기대한다. 또한 TV에서 여성을 따라하는 남자 코미디언을 ‘미나토’ 앞에서 비꼬며 흉내내기도 한다. ‘사오리’는 나아가 가해자가 누구이든 ‘요리’의 상처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남자다움’을 은연 중에 강조하는 것은 ‘호리 선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트에서 뛰어 다니는 아이의 발을 걸어 제지하는 교장(해당 장면이 ‘사오리’의 시점이어서 사실을 왜곡한 장면으로 볼 수 있으나 작품 내에서 거짓말인 소문은 많았어도 인물이 직접 목격한 것이 사실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던 것-후술할 <라스트 듀얼>과의 차이-으로 기억하기에 교장이 실제로 여자 아이의 발을 건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이나 주인공 ‘요리’에게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가하는 ‘요리’ 아빠는 말할 것도 없다. 

참고로 교장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하여 진상 규명을 포기하고 ‘호리 선생’을 희생했다는 해석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아무리 교장이 스스로를 괴물이라 칭하며 행복할 수 없다는 ‘미나토’에게 누군가 가질 수 없는 것은 행복이라 부르지 않는다고 위로해준다 하더라도, 자신의 손녀 사진의 각도를 바꿔서 ‘사오리’와의 면담에 이용하는 인물이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결정하는데 아이들을 고려했을리 없다. 특히 대사상으로 손녀 딸을 차로 친 것은 교장의 남편이 아니라 교장 자신이다. 결국 교장의 행동은 자신의 안위와 학교를 지키기 위함으로 설명해야 일관성이 있다. 그러한 인물이 입체적으로 변화할만한 중요한 사건이 있지도 않았고, ‘미나토’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아이들의 관계와 마음을 읽었다고 보는 것은 더더욱 무리가 있다. 

‘미나토’와 ‘요리’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명확한 ‘악’으로 보인다거나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마냥 ‘선’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이 본 영화의 연출과 각본의 훌륭한 점이다. 특히 관객은 중심 인물인 엄마와 ‘호리 선생’을 그들의 시점에 따라 볼 때, 충분히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공감하다가 마지막 ‘미나토’의 시점에서 봤을 때서야 ‘어른’의 눈으로는 다 헤아리고 느낄 수 없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게 된다. 내게 중요했던 점은 ‘미나토’ 또한 괴물이라는 점이다. 결국 자신의 혼란과 상처를 거짓을 동원하여 ‘착한’ ‘호리 선생’을 희생양 삼았기 때문이다. ‘미나토’가 그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과 연쇄적인 혼란을 아역 배우가 훌륭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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