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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골수이식 그리고 100일이라는 시간 (D+102)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3. 1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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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펭이가 또 다시 서프라이즈 선물을 건넸다.  

이식 받은지 100일을 기념하는 금수저다.

만난 지 어느새 6년차 커플인 우리. 펭귄은 날 위한 선물, 이벤트 아이디어가 끝없이 샘솟나보다.  

물론 골수이식 100일 기념이라는 특별한 테마를 제공한 나의 공로도 인정을 해줘야한다. (웃프다)

지난 2일은 나의 생일을, 5일은 외래 진료 방문 주기가 늘어난 것을 축하했다. 

이렇게 기념할 꺼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함께 축하하는 것은 치료와 회복에 분명 긍정적이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이식 후 100일이라고 하는 시간은 유의미하다. 

보통 100일을 급성/만성 숙주반응으로 나뉘는 기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몇번 언급한 바와 같이 이식 받은 세포가 숙주가 되는 내 몸의 본 세포들과 싸우면서 발생하는게 숙주반응이다.  이 숙주반응이 골수이식에서 가장 힘든 관문이다. 언제 어떻게 얼마나 심하게 오는지 담당의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 예방적인 조치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이 또한 환자들마다 다르지만 보통 대략 1년을 복용해야한다. 

100일 후에 나타나는 숙주반응은 보통 만성으로 평생 안고가야 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주치의인 김희제 교수도 이식 후 초기 외래 진료 때 불편한 점들 말하기만하면  "이식 후 첫 3달은 힘들꺼라고 했죠~"를 반복했었다.

(교수님에 대해서도 사실 할말이 많다.. 무균실이나 이식병동 회진 돌 때는 일반적인 수준의 딱딱함이지만 외래 때는 유독 불친절하다.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번 확인하기도 했다. 그래도 답답한건 우리다. 항상 공손하게,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질문도 추려간다. 전세계에서 최고라고 하기도 하고.. 실제로 좋지 않은 조건이었던 나를 여기까지 끌어올려주셨다.)

이러한 이유로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 후 100일'에는 희망과 불안이 섞여있다. 

자 이제 선물이 어떻게 생겼나 살펴보면서 분위기를 좀 바꿔보자!

 

복 왕창 받고 싶다.

 

숟가락 뒤편에는 나의 별명이자 애칭인 "코뿔소"가 새겨져있다. 

사실 이 애기 금수저는 이렇게 이식받는 날 찍은 사진과 함께 들어가있다. 

하여간 펭귄의 센스 bb

 

 

이 사진은 꽤나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사진에 새겨져있는 날짜(2019.11.28-30)는 내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날짜이다. 나는 사진 가운데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엄마로부터 골수를 이식받았다. 엄마가 나이가 그래도 꽤 있으시다보니 하루만에 조혈모세포가 많이 나오진 않아서 골수이식은 3일에 걸쳐서 진행됐다. 나와 펭귄의 이식 후 날짜 계산이 불일치하는 해프닝도 여기서 비롯된다 ㅋㅋ 나는 투병일기의 D-day의 기준을 28일로 잡고 있지만 펭귄은 이식을 마무리한 3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고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엄마가 환자복을 입고 계신다. 나를 다시 한번 꽃 피우기 위해 며칠을 입원하시며 고생하셨어야 했다. 내가 직접 경험한 부모-자식 간 반일치 이식을 중심으로 이식의 유형과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을 할까한다.

이 사진은 또한 혈액내과 이식병동의 특징도 담고있다. 사진에는 엄마 외에도 브이를 그리고 있는 펭귄이 있다. 강남성모병원 이식병동은 이식 당일만큼은 보호자를 1명 더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 대신 그날 별도의 면회시간을 중복으로 가질 순 없다. 이식병동은 무균실보다 규정도 더 많고 철저하다. 

 

 

사진 뒤편은 품질보증서다. 

날 생각해주는 펭귄의 마음에 보증서 따위는 필요없다. 

그리고 난 우리 엄마를 만난 것만으로도 금수저다.

 

* 골수이식과 조혈모세포이식은 동일한 의미다. 

** (요즘) 골수이식은 수술이 아니라 수혈 형태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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