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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드디어 늘어난 외래진료 주기 (D+99)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3. 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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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외래 때 주치의인 김희제 교수님이 2주 후에 보자고 하셨다.

본래 지난주까지 증강제를 격주로 맞고 그 다음 부터는 증강제와 외래 주기를 한달로 늘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난주에 수그러들었던 간수치가 껑충 뛰었다.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숙주반응 중 하나가 간수치 상승이란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식 전에 무균실에서 항암을 할 때부터 간수치가 왔다갔다 했었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표준치는 넘어가지만 걱정할 정도로 보이진 않는다.

여하튼 갑작스러운 간수치 상승으로 1달 주기가 될 예정이었던 외래는 2주로 줄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2/28)에 간전문의를 만나러 한번 더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다리를 떠시면서 지금 당장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그러면서 초음파검사와 함께 간의 탄력도를 측정하는 간섬유화검사를 다음 병원 방문일에 실시해보자고 느긋하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원래 외래 진료날인 목요일인 오늘, 외래를 안갔다. 감개가 무량하다. 어찌보면 이게 뭐라고. 

하지만 나에게나 엄마에게나 그리고 펭귄에게나 이는 기념할만한 일이다. 그래서 기념했다!

일반 케이크를 먹지 못하는 나를 위해 펭귄이 아띠제에서 사온 동봉 파운드케이크다. 치즈맛과 밤맛.

커피랑 먹으니 더 맛있다. 

내친김에 저녁은 치킨파티~~

맥주대신 콜라로 짜안.

 

숙주반응은 여전히 걱정이다.

고개를 숙일 때 허리와 사타구니 쪽이 저릿저릿한 증상 외에는 몸이 딱히 불편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숙주반응은 이식받은 건강한 세포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1차 항암 때 같은 무균실을 썼던 삼촌은 이식받은지 이제 반년이 지났는데,

통화해보면 숙주반응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고 계셨다. 

 

그에 반해 나는 발진이 일었던 피부는 말끔히 없어졌고 가슴에 퍼져있던 모낭염도 거의 다 사라졌다.

힘차게 삐죽삐죽 솟은 형태로 머리카락도 잘 자라는 중이다. 다리에도 예전처럼 살이 붙고 있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은 것이 도리어 걱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아래와 같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1. 2달 전에 했던 골수검사 결과 상으로 이식받은 조혈모세포는 잘 생착됐다고 했다.

2. 혈액검사 상으로 적혈구, 백혈구(호중구) 그리고 혈소판 수치가 정상치 혹은 그에 가깝게 많이 올랐으며,

아세포(blast cell)은 여전히 검출된 바 없다. 

3. 보통 이식 후 100일이 급성/만성 숙주반응을 나누는 기준이란다.

앞으로 나는 만성숙주반응과 싸워야할지도 모른다.

 

무균실과 이식병동에서 그 고생을 하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힘들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엄마와 펭귄, 두 사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고맙다. 

재발없이 쭉 건강해야만한다. 그럴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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