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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감격의 수치 반등 (D+92)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2. 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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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오늘 외래 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가 7천대, 호중구가 4천대, 혈소판이 10만대로 나왔다. 엄마와 나는 정말 말그대로 "꺅"했다. 특히 10만대의 혈소판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가장 예민하고 늦게 오르는 수치로 알려져있는 혈소판인데 조금 주춤하더니 껑충 뛰어줬다. 사실 엄청 달라진 것은 없다. 아마도 숙주반응이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고, 신체가 아직 신생아 상태임을 스스로 자각해야만하는 말그대로 이식 초기 상황. 면역억제제 또한 앞으로 적어도 반년은 더 먹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랑 나는 감격스러웠다. 지난 주에 혈소판이 뚝 떨어지고 백혈구며 호중구도 떨어져서 더 걱정을 했을 터였다. 엄마가 "올리느라 너가 정말 고생많았다."라며 내 등을 토닥여주셨다.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며 엄마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멘트를 쳤다. 근데 사실이다. 엄마 덕이다. 

다행히 블라스트는 오늘도 검출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나와서는 안된다.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영양수치도 오늘도 역시나 좋았다.

다만 간수치가 갑자기 껑충 뛰어서 소화기내과를 따로 보기로 했다. 거의 매주 외래 때 마다 주치의가 최소 유지되는 내 몸무게를 보고 이렇게 잘 먹는게 신기하다고 하신다. 근데 오늘은 지난 주보다 1kg 줄어들었다. 요 며칠 확연히 쉽게 더부룩해졌었다. 그럴 때마다 간수치가 높게 나왔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였다. 우루사 외에 다른 간장제를 추가한 이후 간수치가 조절되는가 싶더니 다시 확 뛴 것이다. 계속 도드라지던 요소였기 때문에 확실히 하기 위해 전문의를 한번 보자면서 예약을 잡아주셨다. 숙주반응이지 않을까 싶은데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엄마와 나는 여전히 고조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항아리 바나나우유를 오랜만에 사서 퀴즈노스 샌드위치를 먹으며 같이 조잘거리며 기쁨을 계속 나눴다. 옆 테이블에 있던 모(보호자)녀(환자)보다 우리가 더 많이 떠든 것 같다.. ㅎㅎ

다음 혈액내과 외래는 2주 후다. 그 다음은 한달에 한번으로 빈도를 더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피부과도 이제 올 필요없다고 예비로 약만 1달치 처방해줬고, 감염내과에서도 폐렴 예방접종(독감 예방접종과 다르게 욱신거린다)만 처방해주시고 한달 후에 보자신다. 

엄마는 집에 돌아와서도 행복감을 연신 뿜어내신다. 코로나로 인한 무급휴가 덕분에(?) 평소에는 일하고 있을 펭귄도 집에 와서 함께 축하해줬다. 여전히 내가 먹을 수 없는 케이크 대신 내가 좋아하는 스벅 초쿄머핀을 사왔다ㅋㅋ 엄마까지 셋이서 거실에서 커피 마시며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평소 외래를 다녀온 것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격주로 맞던 면역증강제를 안맞았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오늘 수치와는 무관하게 코로나 때문이었다. 면역증강제는 다 맞는데 보통 4시간이나 걸리고 중간중간 계속 혈압을 재기 때문에 혈액병원(혈액내과) 안에 있는 주사실에서 맞아야만한다. 주사실에는 다수의 침상이 배치되어있지만 수요에 비해 너무나 부족하고, 사람이 저엉말 많이 북적이는 곳이다. 요새 부쩍 폐렴 환자들도 증가해서 감염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면역증강제는 일체 처방하지 않기로 했다는 안내였다. 친절하게도 어제 미리 연락을 받았다. 간호사분들 참 열일하신다. 감사하다.

아직 갈 길이 멀고 고난과 시련이 또 다가오겠지만, 오늘이 참 특별하다. 설명의 공백이 남지만 그렇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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