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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히크만이 막혔다!! (D+106)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3. 1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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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병원을 찾았다.

오늘의 일정은 [체혈→ 주사실 간초음파검사 → 간섬유화검사 → 소화기내과 진료 →혈액내과 진료].

혈액내과 환자들은 외래 진료 때마다 체혈부터 한다. 혈액검사 돌리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주사실로 가서 접수를 한다. 히크만 소독 및 기능검사, 수혈, 면역증강제, 골수검사.. 모두 여기 주사실에서 이루어진다. 히크만 소독은 집에서 자체적으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 굳이 안해도 되지만 기능검사는 반드시 받아야한다. 말그대로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받는 검사다. 

히크만 카테터(Hickman line)는 약물 주입 및 체혈을 위해서 중심 정맥에 연결하는 튜브 관을 말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항암 이틀 전에 혈관조영실에 가서 히크만을 삽입했다. 수면마취하고 삽입하기 때문에 할 때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통증은 없다. 처음에는 오른쪽 쇄골 위를 지나는 관이 걸리적 거리고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뭐 기나긴 치료의 과정을 지나다보면 익숙해진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히크만은 여러모로 필수다. 조혈모세포이식 전까지 무균실에서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 때 정말 많은 양의 약물을 투여받는다. 독하디 독한 항암제부터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영양제 등.. 다수의 약물을 투여할 때마다 혈관을 잡아 주사기로 찌르면 환자가 얼마나 괴롭겠으며 또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뿐만 아니라 체혈을 위해서도 히크만은 큰 도움이 된다. 무균실에 있을 때는 혈액검사를 매일 하는데 가만히 자고 있으면 가슴팍에 나와있는 히크만 라인에서 간호사가 피를 쏙 빼가기 때문이다. 수혈도 히크만을 통해 받는다. 고마운 녀석이다. 아니 히크만 님이라 해야하려나. 

평소와 달리 주사실 볼일을 대기없이 바로 볼 수 있었다. 면역증강제 맞는 것도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미룬다고 했고, 집에서 샤워하고 소독을 하고 나온 터라 기능검사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간검사 예약시간까지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터라 '오늘 아주 순조롭게 풀리는구나~' 하며 기능검사를 받던 중에 간호사님의 한 마디, "어라 막혔네요."

위의 이미지에는 커넥터 라인이 둘이지만 강남성모병원 혈액내과 환자들이 하는 히크만은 줄이 세개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막혔다는 것이다. 안에 피가 반고체 형태로 고여있을 것이다. 포스팅 제목에 느낌표까지 붙였지만 사실 엄청 놀랄 일은 아니다. 뚫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얼마만에 외래 온거냐고 묻더니 2주 만이라고 하니까 히크만이 막혔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라며 뚤어주질 않는 것이다. 마지막 일정인 혈액내과 진료 때 김희제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다른 라인들도 막히면 그 때 아예 떼야지 뭐"라고 역시나 심드렁하게 답했다. 

히크만을 제거하는 날이 언급되다니.. 감개무량하다. 

그러면서 면역억제제 타크로벨을 1알로 줄이고 간장제를 제외한 다른 약들도 일체 줄여서 처방해주셨다. 혈액검사가 지난 번하고 비슷하게 잘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 혈소판 수치가 아직 정상치에 못미치지만 ㅠㅠ

1달 전에 면역억제제를 줄였을 때는 바로 피부 숙주반응이 왔던 터라 살짝 긴장된다. 다음 외래는 1달 후(드디어!!!)라서 더욱 그렇다. 

다만 다음 외래 때는 골수검사가 예약되어있다ㅠㅠㅠ 골수검사는 정말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 벌써부터 무섭다. 

간검사들은 정상치로 내려오나 싶다가 다시 껑충 뛰어버린 간수치 때문에 2주 전에 처방받았었다.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심각해보였다면 2주 전 그 때 바로 검사를 진행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소화기내과 교수님은 걱정할꺼는 딱히 없어 보인다고 했다. 간수치가 왔다갔다 하는 것은 역시나 경미한 숙주반응으로 보인다고 말씀해주셨다. 

병원 일정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끝났고 결과도 좋게 나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외래 전까지 코로나 사태나 좀 진정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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