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0
외래 진료 요일인 목요일. 오늘은 혈액내과와 감염내과를 봐야하는 일정이지만 본래 다음 주에 예약되어있는 피부과도 들려야했다. 일요일 밤부터 온 몸에 간지러움과 돌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외래 때 주치의가 면역억제제를 하루 2알에서 1알로 줄이자고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를 줄이자마자 피부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하루하루 심해지더니 어제는 절정에 다달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면역억제제 증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숙주반응임에 틀림없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주치의가 오늘 확인해줬다.
나같은 조혈모세포 이식환자들에게 숙주반응은 반드시 거쳐야만하는 관문이다. 숙주반응은 환자의 몸 안에 들어온 다른 사람의 항원이 환자의 면역세포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환자들마다 어떠한 부위에, 얼마나 심하게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가능성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다. 나이 많으신 환자 분들이 이식을 받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숙주반응 때문이다.
이러한 숙주반응이 없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숙주반응은 결국 이식받은 세포가 활동한다는 증거이다. 보통 이식 후 100일 전후로 급성/만성 숙주반응으로 나뉘는데, 주치의도 급성으로도 숙주반응이 지금쯤 나타나야 정상이라고 재차 말해왔다. 그런데 나는 이렇다할 숙주반응이 없었어서 걱정이었다. 1월 초에 얼굴에 두드러기가 잔뜩 나서 조직검사를 했으나 주치의는 결과상 숙주반응이 아니라고 설명했고 내 걱정은 더해져만갔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겪는다는 구강건조증 또한 현재까지 없다. 그러던 중 오늘 혈액내과, 피부과 모두에서 숙주반응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들은 것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온몸 여기저기가 스파크가 튀듯 따끔따끔거려서 한시도 가만히 있기 힘든 상태였지만 기뻤다. 역시 아이러니한 숙주반응. 힘들지만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는..
외래에서 가장 힘든 점은 바로 기다림이다. 특히 같은 혈액병원 진료실을 오전/오후로 나눠쓰는 혈액내과와 감염내과를 둘다 봐야하는 날에는 느즈막한 오후가 되어야만 병원에서의 업무가 모두 끝난다. 무균실에서 항암 할 때도, 나와서 외래 다닐 때도 감염내과는 쌍둥이처럼 혈액내과와 무조건 페어링된다. 혈액질환 특히 백혈병 관련해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서울성모병원이 알아준다고 한다. 때문인지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것은 당연하고 외국인들도 자주 보인다.
오늘도 차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올라와 감염내과 진료를 들어갔더니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예방접종을 진행하자고 하셨다. 그리하여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독감 예방접종. 집가서 만약 발열이 있으면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안내가 찝찝했지만 다행히 멀쩡하다. 피부과에서 새로 처방해준 약을 먹어서인지 피부 숙주반응도 확실히 나아졌다. 다시 면역억제제를 2알씩 먹기로 했으니 내일부턴 더 괜찮아지겠지?
자 이제.. 숙주반응 때문에 밀린 포스팅들을 영차영차 업로드 해보자(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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