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감기에 걸려 오늘 만나지 못했다.
어제도 보았으나 우리가 만난지 2000일을 작게나마 같이 기념하고자 함이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념을 매일할 수는 없기에 다들 0이 여러개 붙은 날이나 만난 날짜와 같이 딱 떨어지는 날들에 차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겠지.
2000일이라.. 학부 때 학과 소모임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사회적 나이'로 동갑이었지만 학번이 2개가 차이나고 내가 신입생이었던 입장에서 가까워지기 쉽지 않았다. 그녀가 소모임 장이어서라기보다 강렬한 이미지(응?)와 똑부러짐 때문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있었다.
소모임 활동이 독서토론이었는데 학생회 활동만큼이나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했다. 우리가 졸업하고도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한동안 뜸하던 우리는 내가 KOTRA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서 개인적인 만남을 몇번 가졌다. 그때 오래도록 봐왔지만 몰랐던 서로를 알아가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연인이 된 우리는 6년 가까이 아니 2000일을 만났지만 권태기를 딱히 겪진 않았다. 우리 둘다 만날수록 서로의 감정이 더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경험을 해왔다. 작년에 백혈병을 진단 받은 이후 현재까지 그녀가 내 곁에서 보여준 모습들, 내어준 마음들은 그 방증이다. 고맙다. 그녀의 말대로 더 잘해야겠다 ㅋㅋ
2000일째 되는 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1999일째 되는 날 우리는 1997일째 되는 날 먹으려했던 파스타와 리조또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을 사들고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동네 하천길을 따라 산책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속을 두 손을 꼭 잡은 채 거닐었다.
중간에 흔들의자 벤치에 앉아 경치를 보며 얘기도 나눴다.
여기서 앉아 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시간으로 펭귄은 감기에 걸리게 되었지만..
그녀는 너무나 좋은 시간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랬다.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또 보고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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