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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by 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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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코뿔소 2020. 4. 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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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4·15 총선에서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 민주당 금태섭 의원. 그는 서울 강서갑 지역구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강선우 전 부대변인에게 패배했다. 금태섭 의원은 조국 장관 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장관 임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언행불일치 그리고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서 동문서답식의 답변을 해서 상처를 깊게 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뿐만 아니라 그는 검찰의 특수수사 축소와 기소/수사 분리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여권이 추진해 온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반대 의견을 줄곧 주장해왔다. 

  필자는 조국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장을 떠나서 금태섭 의원이 자신의 목소리를 소신있게 표출했다는 측면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소속 당의 기조를 따라야하는 필요성은 분명히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면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만 한다.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이 다를 터인데 정책에 대한 평가와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이 항상 당론과 같을 수 있으랴. 특히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 정치 지형에서는 더더욱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자신의 다른 생각을 어떻게 주변과 맞춰가느냐, 관철시키느냐는 자신의 신념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나아가 금태섭 의원이 '소신파'인지 '배신파'인지는 같은 당에서도 평가가 갈린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일삼고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았을 때 금태섭 의원은 한번도 나서서 싸운 바가 없다. 해당 선거구 일반 유권자들의 평가를 50% 반영한 이번 민주당 경선 룰에도 불구하고 경선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는 본인의 '소신'과는 별개로 자신의 지역구 관리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어쨌든 본인이 부족해서 졌다며 "민주당 의원으로서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다"고 경선 결과를 깨끗하게 승복한 금태섭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의 임기인 5월 29일 부로 국회를 떠나게 되었다. 

  전술한 내용은 오늘 리뷰할 책 「확신의 함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저자가  금태섭이라는 것 외에도 말이다. 우선, 책을 관통하는 내용이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혹은 자신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이 들 때 반드시 '정말 그럴까?'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이다. 책의 제목 그대로 확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

확신의 함정
국내도서
저자 : 금태섭
출판 : 한겨레출판 201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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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책은 금태섭 의원이 변호사였던 2011년에 출간되었다. 자신의 선입견과 오만 그리고 불성실로 인해 판단을 그르친 검사 시절 다룬 사건 하나를 언급하며 책은 시작된다. 총 4개의 챕터로 나뉘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흉악범에 대한 사형의 정당성이나 연쇄살인범에게 관용이 필요한가의 여부와 같이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주제에서부터 테러범에게 법정이 필요한지, 유럽의 부르카 착용 금지법 등 이전에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생각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주제들까지 다룬다. 이렇게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도 관통하고 있는 저자의 메시지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이다. 

  그렇다고 각 주제 별로 특정 이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각 주제 별로 자신의 뚜렷한 입장이 있다. 바로 이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게 담겨 있다는 차원에서 현재의 국회의원 금태섭이 겹쳐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종교혁명 직후의 이란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19세기 조선 사회보다 좋아졌는지는 솔직히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p.197)

  물론 책이 다루는 내용들 중에는 크게 이견이 없을만한 주제들도 여럿 있다. 예를 들면, 학생 체벌은 정당한가? 자백은 정말 믿을 수 있는가? 생명에 우월이 있는가? 와 같은 사안들 말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나의 '확신'이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야말로 저자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이리라.

  사실 이 책의 묘미는 법적 딜레마에 대해 깊은 고찰보다는 저자의 다양한 레퍼런스에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로 따로 정리를 해놨을 정도로 각 주제 별로 관련된 문학 작품, 주로 소설을 언급한다. 다루는 주제가 줄거리의 주 소재가 아닌 소설들까지 끌어오는 것을 보면 저자의 두터운 독서량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성매매특별법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가져온다. 본 소설은 성매매에 관한 내용도 주인공이 성매매 여성도 아니다. 장기이식을 위해 길러지는 복제인간에 관한 내용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일종의 수단으로, 도구로 대해지는 지점을 빗대어 해당 소설을 인용한 것이다. 이렇게 법과 정의와 관련된 문제를 자신의 경험 외에도 여러 문학 작품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거의 읽고나서 찾아본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결정 판결문을 찾아봤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간통인데 책이 출간된 2011년만 하더라도 현행법으로 유지되던 때다. 간통죄는 2015년 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결정에 따라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6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발췌해 온 주요 문구와 함께 포스팅을 마친다.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 (헌법재판소 2009헌바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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