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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 낯선 만남에서 시작된 긴장감의 랠리 그리고 갑작스러운 산화

Theatre/movie

by 펭펭's 코코 2020. 7. 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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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테니스 선수인 가이 하이네스는 열차에서 낯선 젊은이를 만난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브루노는 가이의 최근 경기 성적뿐만 아니라 내밀한 사항들까지 자세히 꾀고 있다. 가이가 현재 아내인 미리암과 이혼을 원하고 있으며 상원의원의 딸인 앤과 결혼하고 정계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는 점까지 말이다. 가이는 뭔가 께름칙하지만 브루노에게 라이터도 빌려주고 점심까지 얻어먹게 되면서 목적지까지 동행한다. 먼저 내려야하는 가이에게 브루노는 부유하지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억압적으로 대하는 아버지 얘기를 꺼내면서 서로에게 귀찮은 사람을 대신 죽여주자며 ‘교환살인’을 제안한다. 가이는 열차를 내리려는 상황에 브루노가 자신이 얘기한 거래가 마음에 드냐(You think my deal is okay Guy? you like?)며 자신을 붙잡자 좋다고 답하며 헤어진다. 빌려준 라이터를 남겨둔 채..

 

 

두 번째 히치콕 영화 리뷰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히치콕 특별전”을 진행 중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하고 왔다. <킬링 디어>를 보러 왔을 때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다.

 

 

대중상업영화들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는 작품들을 상영하는 이 곳에 올 때마다 관객들이 에티켓 측면에서 갖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관 규정도 그렇다. 영화는 짧은 흥국생명 광고 이후 바로 상영(씨네큐브는 흥국생명빌딩 지하에 있다)되며 음료도 ‘원칙적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펭귄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어 설레고 히치콕의 작품이라 더 기대되었다.

 

 

히치콕의 연출은 시작부터 돋보인다. 오프닝은 두 인물이 차에서 하차하여 열차를 타러 들어가는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카메라는 얼굴은 물론이고 상체도 자세히 보여주지 않은 채 두 인물의 멋스러운 구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한 사람이 다리를 꼬면서 맞은 편 사람의 다리와 부딪히고 나서야 비로소 두 인물이 모두 카메라에 들어온다. 낯선 만남의 우연적인 속성을 강조하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궁금증을 유발하여 시작부터 관객을 몰입시킨다.

 

둘의 만남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

 

브루노가 가이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브루노는 가이의 아내인 미리암을 놀이공원에서 죽이고는 가이를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라고 재촉한다. 가이는 브루노에게 제정신이냐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지만 브루노는 도리어 너도 공범이라며 몰아세운다. 가이는 경찰이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 교환살인을 제안한 낯선 사람이 범인이라는 말을 쉽사리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여 결백을 주장하고 브루노는 그냥 회피한다. 하지만 브루노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브루노를 찾아라

 

모두가 고개를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테니스 코트를 구경하고 있을 때 얼굴 하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 장면은 확실히 영화로만 구현할 수 있는 효과를 자아낸다. 떼어내고 싶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엔 곤란한 인물이 자신의 주변을 그림자처럼 맴돌 때 느끼는 공포가 확 전달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 때문에 더 흠칫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브루노가 링컨 기념관으로 보이는 하얗고 거대한 건물에서 가이를 멀찌감치 지켜보는 장면 또한 기억에 남는다.

본 영화는 플롯을 원작 소설(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데뷔작 『열차 안의 낯선 자들』-<캐롤>의 원작인 『소금의 값』 또한 이 작가의 작품이다)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기 때문에, 관건은 미치광이가 촉발시키는 긴장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극대화할지 그리고 그 긴장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이다. 여기서 히치콕의 주특기가 나온다. 바로 편집이다.

브루노는 앞서 언급한 스토킹 이후 가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가이의 라이터를 살인현장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누명을 씌우려 한다. 가이는 이러한 계획을 알아차리지만 경기가 잡혀있고 제 시간에 브루노를 막으려면 압도적인 승리로 시합을 빨리 끝내야만 한다. 게다가 더 심해진 경찰의 감시망까지 피해야 하는 상황. 브루노 또한 라이터를 하수구에 떨어뜨리거나 일찍 도착했으나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한다. 히치콕은 이렇게 각자에게 서로 다른 제약이 부여된 가이와 브루노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마치 가이가 뛰고 있는 테니스 시합의 랠리처럼 두 주인공이 번갈아 나올 때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고조된다. 탁월한 연출이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브루노라는 캐릭터가 아깝다.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브루노는 살인자지만 순수하고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다. 엄마가 자신의 이름을 새겨준 넥타이를 항상 하고 다니고 가이의 대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배우의 똘망한 눈망울과 시종일관 옅게라도 번져있는 미소가 그런 ‘아이스러움’을 더 돋보이게 한다.

 

 

물론 브루노가 왜 ‘교환살인’이라는 끔찍한 발상을 하고 행동으로까지 옮기게 되는 연유까지 다룰 필요는 없다. 다만 브루노의 개성 있는 광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몇 개라도 삽입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조되었던 긴장감이 영화 후반부에 해소되는 방식이나 너무 요란하고 급하게 마무리하는 엔딩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영화관에서 본 첫 흑백영화이자 가장 오래된 영화였다는 의미도 찾을 수 있겠지만 6천원 할인을 받아 2천원으로 영화를 봤다는 점도 즐거움을 더한 것 같다. “극장에서 다시, 봄”이라 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씨네큐브 예매할 때 할인 쿠폰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최대 20번까지 발급 및 사용가능하다. 그래서 또 예매했다.

+ 본 영화에서 히치콕은 초반에 까메오로 출현한다. 그리고 극 중에서 가이의 연인 앤의 동생인 바바라가 나오는데 히치콕의 유일한 자식인 패트리샤 히치콕이 연기했다.

 

귀여운 히치콕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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