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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Searching, 2018)- 참신한 연출 방식이 돋보이는 수작 스릴러

Theatre/movie

by 황제코뿔소 2020. 7. 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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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마고에게 한 밤 중에 전화가 온다. 자고 있던 아빠 데이빗은 전화를 받지 못하고 이후 마고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경찰의 공식적인 수사가 진행되지만 진척이 없던 와중에 데이빗은 마고의 노트북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나름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다. 재미있고 여러모로 감탄스럽다. 일단 단순하면서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나쁘지 않다. 페이스도 빨라서 기본 이상의 몰입을 자아낸다. 지루할 틈이 없다. 서스펜스가 지속되지만 피로감이 들지 않는 것도 영화의 중요한 강점이다. 1시간 반이 조금 넘어가는,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 덕분이기도 하다. <서치>가 본 작품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아니시 샤건티의 장편 데뷔작이라니, 인상 깊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형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화면으로만 전개된다. 컴퓨터 화면, 뉴스 영상, 온라인에 업로드 된 영상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본 영화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연출 방식은 여러 효과를 자아낸다. 우선, 다중의 반전과 빠른 페이스가 자아내는 서스펜스를 증폭시킨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하나의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느낌을 받는데 이것이 몰입을 방해하기보다 내가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마고를 찾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게다가 괜히 좁은 화면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유발하는 일종의 답답함도 분명 이런 긴장감에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서치>는 관객이 이미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는 설정이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진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구조이다. 주인공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납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치>는 데이빗이 구글링과 SNS와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 등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동시에 주인공과의 일체감을 높이는 것이다. 주인공이 활용하는 맥북과 구글의 다양한 기능들을 구경하는 것은 이 영화만의 연출 방식이 선사하는 깨알 같은 재미다. 엔딩 장면도 탁월하다. 

 

 

이러한 창의적인 연출 방식 때문인지 배경음악은 자제되어 있다. 관객은 <서치>를 보는 화면과 영화 속 화면까지 이중으로 디지털 화면을 보게 된다. 카메라가 디지털 화면에 고정되어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계되는 특정 상황의 소리만 담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데이빗이 통화할 때는 그 대화만,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볼 때는 영상 속 소리만 관객에게 들려야한다. 외부적으로 삽입된 음악이 유발할 수 있는 인위적인 느낌과 이물감이 일반적인 영화들에 비해 더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영화는 웅장한 음악 대신 타이핑 소리, iMessage, facetime, 메일 수신 알림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소리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서치>는 딸의 행방을 좇는 아빠의 추적이라는 메인 골격 안에 꽤나 여러 요소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본 작품에는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가 물씬 반영되어 있다. 이는 문제의 해결을 가족애로 얼버무려 버리거나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스토리가 억지스럽게 전개되는 한국형 신파와는 결이 다르다. 가족이 두드러지는 모든 미국 영화들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서치>는 가족 드라마가 서브 장르로서 잘 섞여있다.

영화는 주인공 가족의 스토리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마고가 엄마인 팸과 추억을 쌓는 시간, 마고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찍어둔 기념사진, 팸이 가족들과 함께 암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시간, 결국 팸은 세상을 떠나고 마고와 데이빗 둘이서만 찍은 고등학교 입학 기념사진 등을 보여주며 초반부터 서사를 깐다. 마고가 레슨비를 꿀꺽하고 알고 보니 친한 친구 한명 없다는 점 등 데이빗이 자신의 몰랐던 딸에 대해 알게 되는 장면들은 사건의 전개를 조절하려는 일종의 페이크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마고가 엄마에 대한 상실감과 해소되지 않는 감정의 무게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던 캐릭터임을 부각하는 것이다. 영화 후반에 밝혀지는 제2의 범인도 결국 자신의 가족을 위한 선택이었다. 데이빗은 물론이고 주요 인물들의 동인이 모두 가족이다. 극 초반에 데이빗이 보내기 망설여했던 ‘Mom would be proud too’라는 문자를 맨 마지막 장면에서 마고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디테일도 돋보인다.

 

 

 

또한 인터넷의 익명성과 공허함 또한 여러 번 등장한다. 범인은 거짓과 이미지 불펌을 통해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내 마고에게 접근한다. 뿐만 아니라 마고와는 친하지 않았다며 비협조적으로 굴던 여자 애는 마고의 실종이 뜨거운 관심사가 되자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펑펑 우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SNS에 올라온 ‘너무 가슴 아프다’, ‘지역사회의 힘을 믿는다’는 식의 글들은 가볍고 편리한 요즘 식의 반응을 보여준다. 그런 글에 달린 ‘할머니는 너가 자랑스럽다’는 댓글은 씁쓸함을 남기고, ‘좋아요’는 무엇에 대한 공감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유튜브 주작 논란이나 실체 없는 온라인 관계는 우리 현실에서 전혀 낯설지 않은 대목이다. 이것저것 너무 많이 담으려는 욕심은 작품을 망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서치>에서 앞서 말한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는 것 이상으로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설득력을 더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영어가 언어로 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어’ 뒤에 어떠한 단어를 붙인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혹시 ‘공부’라는 단어는 아닌가? 흔히 말하는 ‘영어 공부하기 좋은 미드(혹은 영화)’ 같다는 뜻이다. 굳이 “영어가 언어로 보이는 영화” 표현한 것은 영어가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써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뻔한 훈수를 생뚱맞게 여기서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서치>에서는 ‘네이티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영어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가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로 이루어져있지만 <서치>는 특정 업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전문용어도 필요 없는 영화의 스토리이기에 더욱 더 그러하다. 데이빗이 딸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는 사람들에게 연락할 때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올라와 있는 네티즌들의 반응과 댓글이 부각되는 장면들이 많다보니 이러한 점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리얼했다. 

 

 

‘현대판 테이큰’ <서치>, 추천한다!

+ 주요 배우들은 모두 한국계 배우로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연락처 목록에 보이는 “엄마”라는 단어가 얼마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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