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822 할까 말까 될 때는 go!
며칠 전부터 머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끼고 있을 수 없다는 점도 그렇고 이발한 지가 1달밖에 되지 않은 터여서 망설여졌다. 필요에 비해 꾸밈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나로서는 불필요한 커트 값은 아까울 뿐이다. 그럼에도 곧 떠날 여행이 아니더라도 내가 느끼는 거슬림만으로도 충분한 명분이 된다고 여기고 집 앞 바버샵에 예약했다.
집 앞 바버샵이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전에 다니던 동네 미용실에 비해 커트 값이 2배 가까이 되지만 몇 번 가보니 만족스럽고, 정말 말 그대로 집 바로 앞이라 접근성도 좋다. 예약제로 1명만 받는다는 점과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도 장점이다.
착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펭귄이 바버샵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무방비 상태인 나를 사진 찍었다. 펭귄이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사장님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며 고3, 심지어 재수생 아들을 데려와 머리를 이렇게 저렇게 손질 해달라는 이 동네 학부형들 얘기를 꺼냈다. 머리를 손보는 와중에 가까이 다가와 체크까지 하는 학부형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하튼 이번 커트도 만족스럽게 받았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역시 하는 것이 맞다. ‘말’을 제외하면 말이다.
# 20200823-0825 잊지 못할 시간들
구례, 하동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역대급 여행이었다. 에피소드, 여유로움, 즐거움, 편안함 모두 한가득 담아 왔다.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을 못하고 있지만 천천히 포스팅 해봐야겠다.
# 20200826 크리스토퍼 놀란의 자의식 과잉
코로나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태였지만 <테넷>은 봐야만 했다. 영화관 가도 괜찮겠냐는 펭귄을 기어이 꼬드겨 보고 왔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한 칸씩 띄어 앉아서 상영해야했다.
영화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사실 요즘 영화들은 예고편으로부터 예상되는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데 <테넷>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작 6,000달러로 만들었다는 놀란의 데뷔작 <미행>이 차라리 더 낫다. 실제 보잉747을 격납고에 들이박으면 뭐하나?
<테넷>은 놀란의 기존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핵심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물론 복잡한 플롯 그 자체가 단점이 될 순 없다. 오락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테넷>이 제공하는 오락성은 그 층위를 떠나 상당히 미미하다.
오프닝은 그 스케일과 깔끔함에 있어서 기대감을 한껏 고취시킨다. 하지만 이후 <테넷>은 갈수록 작품 설정의 뒷받침이 되는 과학 이론과 물리 법칙에 잠식된다. 간단치 않은 설정을 캐릭터들의 대사로 전달되다보니 관객은 밀려드는 정보를 처리하기에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인터스텔라>가 머피의 법칙, 즉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를 다루었다면 <테넷>은 “일어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를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렇다고 작품이 반복되는 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깊이 고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교차하는 부분은 반전이라 하기도 무색하다. 놀란의 지극한 팬으로서 다음 영화를 아득히 기다려볼 뿐이다.
<테넷>과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 <타임 패러독스>가 훨씬 흥미롭게 즐길만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크>도 추천한다.
# 20200828 R.I.P 채드윅 보스만
내가 접한 그의 연기는 블랙팬서 캐릭터가 다이지만 그의 죽음 소식에 마음이 쓰였다. 나도 같은 암 환자로서 그가 겪었을 투병의 어려움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간다. <블랙팬서>를 촬영할 당시 이미 투병 중이었고 줄곧 <블랙팬서2>를 준비했다니 그의 열정이 참 눈부시다.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만나오던 연인과 결혼했고 아내 곁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삶이 주는 행복함과 야속함..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편히 쉬기를 바란다.
20200815 역사 산책 (feat. 남산 둘레길) (4) | 2020.09.10 |
---|---|
20200903-04 기부니를 올려보자! (2) | 2020.09.04 |
20200809 예술 산책 (feat. 퓰리처상 사진전) (0) | 2020.08.14 |
20200807 마음 가득한 응원 그리고 한 켠의 씁쓸함 (0) | 2020.08.13 |
20200806 시동을 걸어라, 오케이? (3) | 2020.08.1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