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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지 않는 간극 (<숲속 작은 집>,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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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코뿔소 2023. 8. 1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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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일로 영혼이 어둑해지거나 인간에게 자주 실망할 때면 혼자 이국의 낯선 도시를 검색해 보곤 했다. (p.170)

프리랜서로 일하는 은주와 퇴직 후 부모님의 지원으로 2층 카페를 운영하는 지우가 미뤄왔던 신혼여행을 떠나와 생기는 이야기다. '메이드'의 숙소 청소가 어딘가 마음에 쏙 들지 않았던 은지는 감사하다는 메모와 함께 팁을 남긴다. 이후 자칭 정리의 달인인 은주의 심기를 거슬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관광하며 구매한 미니어처 집 3개가 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 여기 근사하다.
지호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였다. 지호는 여는 때처럼 관대함과 까다로움이 반반 섞인 태도로 나른하게 답했다.
- 응, 나쁘지 않네. (p.173)

여행이라는 소재로 계급 문제를 단순히 한 쌍의 부부를 넘어 인종과 직업의 차원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여 다루고 있다. 동시에 부담스럽지 않고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한편으로는 뒷맛이 씁씁할 소설이었다. 

그럼 정말 알아서 하든지 아님 그냥 고맙다고 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하자. (p.206)

지호의 저 대사는 작품을 읽는 나의 마음까지 아프게 후벼 팠다. 두 손 모은 공손한 미소를 탑재한 스스로를 인지하고, 독자에게 왜 버스가 아니라 택시를 이용했는지 해명해야 하는 은주에게 지호의 저 말은 '너'와 '나'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확인시킨다. 작품 내내 '청소해 주시는 분'과 벌이는 그들만의 눈치싸움도 결국 대상만 달라졌을 뿐 은주가 지호로부터 느끼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투영된 결과이다. '너-나'가 '우리-그들'이 되었을 뿐.
김애란 작가의 대표작은 「바깥은 여름」이다. 「바깥은 여름」은 한 여름의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그 곳에 살고 있는 여섯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불화, 무감각함, 소통의 부재와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통해 가족의 결속력과 희생을 강조한다. 
작품은 여섯 가족의 시각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면서, 각 가족의 문제와 갈등,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어려움을 다룬다. 이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며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작품은 현실의 어두운 면과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는 동시에 인간의 깊은 이해와 감정의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이번 <숲속 작은 집>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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