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 당일치기 여행(2023.12.13.) ③ 배꼽제빵소
written by 펭귄
박수근미술관을 모두 둘러본 후, 배꼽제빵소로 이동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문을 열고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보니, 웬걸? 고양이다!
지체없이 차에서 다시 내려 고양이를 따라갔다. 아주 작진 않지만, 아주 크지도 않은 청소년 고양이 같았다. 주차장 앞에 도랑같은 것이 있는데, 고양이는 그 길을 따라갔다. 나도 고양이 걸음에 맞추어 도랑 옆길을 따라갔다. 얼마 안 가 고양이들이 뭉텅이로 나타났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마리나 있다. 모두 사람이 익숙치 않은 듯 경계하며, 저들끼리 어울리며 분주하게 놀고 있다. 박수근미술관에 어울리는 모양새다. 길고양이들이야 흔하디 흔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박수근미술관 어딘가에 얼마간 머무는 평범한 길고양이들은 그 자체로 미술관에 어울리는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
-박수근 아내의 일기, 김복순 여사-
뒹굴며 뛰어노는 고양이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가까운 배꼽제빵소로 갔다. 양구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배꼽이라고 불리는데 이를 고려하면 배꼽제빵소는 양구 제빵소이다. 양구에 어울리는 소박한 이름이다. 박수근미술관에서 배꼽제빵소까지는 차로 약 5분 정도 걸린다. 양구 여행을 알아볼 때 미술관 근처에 있기도 했고, 평가도 괜찮아 이곳을 들렀다.
사실 빵을 먹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둘러보니 먹고 싶었던 빵은 이미 다 나가서 없고 몇 가지 종류가 남지 않았었다. 우리는 평일 오후 4시 정도에 방문했는데, 손님은 거의 없었다. 정말 빵이 다 나가서 없는 걸까? 만들지 않은 걸까? 어쨌든, 빵을 둘러보았고 빵순이라면 ‘특별한 건 없네’ 싶은 정도였다. 그래도 명색이 제빵소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곳에 왔으니, 빵을 하나 먹어야겠다 싶어서 카라멜?모카? 케이크와 커피를 시켜 자리를 잡아 앉았다.
배꼽제빵소는 빵보다는 뷰가 더 유명하다. 통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비 오는 날 오게 된다면 커피가 참 맛있겠다 싶었다. 지도를 보면 제빵소 앞에 청소년수련관 등이 위치해 있는데, 그 너머로 양구서천이라는 강이 흐른다. 양구서천 건너편엔 건물들이 즐비하고 그 뒤에 비봉산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마치 병풍처럼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 건물들을 둘러싸고 있다. 카페 앞이 막힘없이 뚫려 있어 마운틴 리버뷰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카페 내부는 넓직하고 딱딱한 의자가 아닌 소파가 잘 비치되어 있었다. 박수근미술관을 둘러보며 쌓였던 피로를 풀기에 이만하면 좋았다.
양구에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었는데, 배꼽제빵소에 오기 전후로 가장 심해졌다. 아마 박수근 미술관 근처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가 많이 났었는데, 그 때문이리라. 신랑은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자연스러운 시골 냄새라서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 냄새가 역겹고 코를 찔러 아프다. 그렇다. 쓰레기 태우는 냄새는 나의 후각보단 촉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처럼 재채기를 계속하게 되고 콧물을 계속 들이켜야 했다. 그래서 좀 배가 안 고팠나? 배꼽제빵소의 빵에 실망했던 게 조금 미안하다.
평일 당일치기로 온 여행이라, 서울에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했다. 재채기가 조금 진정되고 길을 나섰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에 의례처럼 캐롤을 찾아 들었다. 몇 가지 버전을 들어보니, 역시 클래식이 제일이라고 결론이 났다. 캐롤은 재즈로 들어야 제맛이다. 가사는 잘 몰라 아는 부분만 따라부르고 나머진 음음음 허밍으로 해도 크리스마스의 흥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우리의 양구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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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한 줄 혹은 두 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집이 제일 최고다. 집 나가면 좋긴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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