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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당일치기 여행 ③ 박수근미술관 근처 뷰 맛집 카페 배꼽제빵소

밖으로/언제나 여행

by 황제코뿔소 2024. 1. 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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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당일치기 여행(2023.12.13.) ③ 배꼽제빵소

written by 펭귄

박수근미술관을 모두 둘러본 후, 배꼽제빵소로 이동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문을 열고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보니, 웬걸? 고양이다! 

 

사진에 보이는 고양이는 모두 4마리이지만 실은 1마리가 숨어 있다.

 

지체없이 차에서 다시 내려 고양이를 따라갔다. 아주 작진 않지만, 아주 크지도 않은 청소년 고양이 같았다. 주차장 앞에 도랑같은 것이 있는데, 고양이는 그 길을 따라갔다. 나도 고양이 걸음에 맞추어 도랑 옆길을 따라갔다. 얼마 안 가 고양이들이 뭉텅이로 나타났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마리나 있다. 모두 사람이 익숙치 않은 듯 경계하며, 저들끼리 어울리며 분주하게 놀고 있다. 박수근미술관에 어울리는 모양새다. 길고양이들이야 흔하디 흔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박수근미술관 어딘가에 얼마간 머무는 평범한 길고양이들은 그 자체로 미술관에 어울리는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
 
-박수근 아내의 일기, 김복순 여사-

 

뒹굴며 뛰어노는 고양이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가까운 배꼽제빵소로 갔다. 양구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배꼽이라고 불리는데 이를 고려하면 배꼽제빵소는 양구 제빵소이다. 양구에 어울리는 소박한 이름이다. 박수근미술관에서 배꼽제빵소까지는 차로 약 5분 정도 걸린다. 양구 여행을 알아볼 때 미술관 근처에 있기도 했고, 평가도 괜찮아 이곳을 들렀다.

 

 

사실 빵을 먹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둘러보니 먹고 싶었던 빵은 이미 다 나가서 없고 몇 가지 종류가 남지 않았었다. 우리는 평일 오후 4시 정도에 방문했는데, 손님은 거의 없었다. 정말 빵이 다 나가서 없는 걸까? 만들지 않은 걸까? 어쨌든, 빵을 둘러보았고 빵순이라면 ‘특별한 건 없네’ 싶은 정도였다. 그래도 명색이 제빵소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곳에 왔으니, 빵을 하나 먹어야겠다 싶어서 카라멜?모카? 케이크와 커피를 시켜 자리를 잡아 앉았다.

 

 

배꼽제빵소는 빵보다는 뷰가 더 유명하다. 통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비 오는 날 오게 된다면 커피가 참 맛있겠다 싶었다. 지도를 보면 제빵소 앞에 청소년수련관 등이 위치해 있는데, 그 너머로 양구서천이라는 강이 흐른다. 양구서천 건너편엔 건물들이 즐비하고 그 뒤에 비봉산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마치 병풍처럼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 건물들을 둘러싸고 있다. 카페 앞이 막힘없이 뚫려 있어 마운틴 리버뷰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카페 내부는 넓직하고 딱딱한 의자가 아닌 소파가 잘 비치되어 있었다. 박수근미술관을 둘러보며 쌓였던 피로를 풀기에 이만하면 좋았다. 

 

 

양구에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었는데, 배꼽제빵소에 오기 전후로 가장 심해졌다. 아마 박수근 미술관 근처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가 많이 났었는데, 그 때문이리라. 신랑은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자연스러운 시골 냄새라서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 냄새가 역겹고 코를 찔러 아프다. 그렇다. 쓰레기 태우는 냄새는 나의 후각보단 촉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처럼 재채기를 계속하게 되고 콧물을 계속 들이켜야 했다. 그래서 좀 배가 안 고팠나? 배꼽제빵소의 빵에 실망했던 게 조금 미안하다.

 

평일 당일치기로 온 여행이라, 서울에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했다. 재채기가 조금 진정되고 길을 나섰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에 의례처럼 캐롤을 찾아 들었다. 몇 가지 버전을 들어보니, 역시 클래식이 제일이라고 결론이 났다. 캐롤은 재즈로 들어야 제맛이다. 가사는 잘 몰라 아는 부분만 따라부르고 나머진 음음음 허밍으로 해도 크리스마스의 흥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우리의 양구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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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한 줄 혹은 두 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집이 제일 최고다. 집 나가면 좋긴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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