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가 이 책을 지난 독서모임(산책)에 가져왔다.
우리는 모임 말미에 각자가 가져온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빌려간다.
연수가 나에게 이 책을 추천해줬다. 저자가 정치학자라서 내 생각이 많이 났다는 것이다.
책도 얇고 제목도 맘에 들어서 흔쾌히 집어 들었다.
본 책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하여 일에 대한 철학을 나누는 일본 NHK TV 프로그램 <직업 특강>에서 저자의 강연을 수정, 보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강연 제목은 '인생 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일"이 단순히 밥벌어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라고 언급한다. 자신의 일을 찾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마모되지 않도록 지켜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점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거시적으로 진단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누구든 노력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즉 학력이라는 필터만 통과하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학력 사회 모델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학력 사회 모델의 종언은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야기되었다. 이제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주어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개인 경력 모델'이 주류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이러한 '개념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내용이 본 책에는 상당히 많다. '이런 시기일수록 고전을 읽어야 한다', '역사로부터 배우자' 전개에 당신은 설득되는가? 나에게는 식상했다. 책 말미에도 사회관계자본, 네트워크, 지역 간 격차와 같이 하루하루 직장에 나가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와닿지 않을 논의가 계속된다.
그렇다고 내용물의 퀄리티가 형편없다거나 결코 유익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고 싶진않다.
다만 저자의 주장이 독자들의 기대와 어긋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들어가며 + 4장 + 나오며]로 구성된 본 책에서 나는 재일 한국인 2세로서 자신이 겪은 역경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2장이 제일 인상깊었다.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 부어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말라는 주장도 흥미로웠다. 난 반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몰입하고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붙였을 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취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과 존경하는 위인에 관한 3, 4장은 아래와 같이 요약해볼 수 있겠다.
저자가 제안하는 탄력적 독서법: 필요로 하는 에너지와 시간에 따라 [강/중/약]으로 책을 나누어 읽으라는 것
추천 책: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로빈슨 크루소』, 『거대한 전환』, 『산시로』, 『매니지먼트』
롤 모델: 벤저민 프랭클린, 이시바시 단잔, 혼다 소이치로, 스티브 잡스, 김대중
마지막으로 내가 3월 11일 독서모임 산책에 본 책을 읽고 가져간 질문을 여기에 공유한다. 우리는 충분히 가까운 사이고 산책이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이지만 각자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다같이 깊게 얘기 나눠본 적이 없다. 협동조합 연구원, 대안학교 선생님, 노무사, 9급 공무원, 논술학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 중인 멤버들. 모두가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챕터에 맞게 질문들을 준비했다.
이 글을 보게 된 바로 당신에게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1. 나와 일
Q) 현재 당신은 ‘일’을 하고 있는가요? 어떠한 일인가요?
Q) 당신은 그 일에 충분히 투신·몰입 중인가요? 아니라면 무엇이 가로막고 있나요?
Q) 그 일은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나요? 더욱 또렷해지나요 혹은 삼켜지고 있나요?
#2. 나와 나
Q)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역경과 좌절은 무엇이었나요?
Q) 나만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3. 나와 책
Q) 당신은 왜 책을 읽나요?
Q) 당신은 무슨 책을 읽는 중인가요? 왜 그 책을 읽나요?
#4 나와 너
Q) 배우고 싶은, 존경하는 사람이 있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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