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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말썽인 히크만과 혈소판 (D+125)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4. 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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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을 받던 당시에 한번도 문제가 된 적 없던 히크만 카테터가 드디어 일을 냈다. 가슴에 구멍을 내서 중심정맥에 연결한 히크만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지난 번 투병일기에서 남긴 것처럼 세 개 관들 중에 하나, 그것도 가장 굵은 관이 막혀버렸다. 사실 수혈을 받아야하거나 면역증강제처럼 약물을 투여해야할 때 작동하는 관이 부족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나의 경우는 골수이식을 받은지도 100일도 지났기 때문에 어차피 조금만 더 있으면 히크만을 뗄 예정이기도 했다.

  그런데 히크만을 떼야할 때가 당겨질지도 모르겠다. 히크만이 삽입된 구멍 주변이 붉게 불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부터는 욱신거리는 느낌까지 생겨났다. 그래서 다음 진료는 49일에 잡혀있지만 미리 당겨서 외래를 예약했다.

  주치의 쌤인 김희제 교수는 히크만은 아무래도 감염내과 진료를 보고 가라고 처방을 내려줬다. 그 말은 즉슨 오후까지 대기해야함을 의미했다. 동일한 혈액병원 병동을 오전에는 혈액내과가 오후에는 감염내과가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감염내과 진료 때 항상 뵙던 이동건 교수님으로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긴 기다림 끝에.. 뵈었는데 히크만 부위가 바이러스나 균에 감염이 되었다면 열이 날텐데 그런 증상이 없으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하시며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그리고는 본래 4월 말에 예정되어 있던 다음 감염내과 외래를 당겨주셨다. 오늘도 이동건 교수님은 친절친절~

  사실 훨씬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혈액수치가 그전보다 좋지 않게 나온 것이다. 골수이식 후 쭉쭉 오르기던 하던 혈액수치들이 드디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항암하는 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혈소판 수치가 정상 수치에 가깝게 올라 많이 기뻤었는데 어느새 반토막 이상이 감소했다. 정상인의 혈소판 수치는 15만 이상인데 지금 어느덧 5만대로 떨어졌다.. 호중구4천대로 정상치였는데 15천대로 감소다행히 블라스트 셀(blast cell- 골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생산된 미성숙세포)이 검출되진 않았다.

  보통 진료 전에 병원 어플로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들어간다. 근데 환자가 많을 때는 어플에 결과가 채 뜨기도 전에 진료실에서 이름을 부른다. 이번에도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혼잣말 비슷하게 읽을 때 듣게 되었다. 떨어진 수치를 듣고 내가 아오..”하면서 한숨을 푹 쉬니까 이때까지 계속 올랐었잖아. 이렇게 떨어질 때도 있고 그렇지 뭐~”하면서 웬일로 토닥토닥 모드. 그러면서 원래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펭귄은 백새모(백혈병 완치로 새삶을 살아가는 모임- 백혈병 관련해서는 가장 큰 커뮤니티라고 한다)에서 다양한 케이스들을 언급해주며 나를 안심시켜줬다. 이식 후에 1년 지났을 때 수치가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혈소판은 2만을 채 못 넘었고 호중구가 0일 때도 있었다는 환자도 있고, 이식한지 100일이 안 된 어떤 환자는 혈소판이 3만대이고 호중구는 500이 겨우 넘는 수준이라고 최근에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내가 막연한 괜찮을거야~’ 보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원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펭귄. 이렇게 항상 나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준다.

그래! 혈액수치의 등락에 너무 큰 의미부여하지 말고, 조급해 하지말자!!

다만 며칠 후 외래 때 골수검사가 예정되어 있다.. 벌써 공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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