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숙주반응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허벅지와 종아리, 발목 부분까지 간지러움이 느껴지는 부위가 커졌다가 서서히 덜해지고 있는 것이다. 양팔과 가슴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가려웠던 상체도 나아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얼굴 전체가 겨울에 트는 것처럼 하얗게 일어났던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사실 외래 진료를 가보면 피부 숙주반응이 간지러움으로 오는 거는 약과임이 느껴진다. 눈에 띌 정도로 피부가 벗겨지고 변색되고 심지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변한 다른 환자들을 볼 수 있다. 주치의인 김희제 교수가 “피부 간지러움 증상과 발진이 본인에게는 좀 힘들 수 있어도 우리 기준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간주한다”고 말했던 것이 실감이 난다고 할까.
하여간 그렇게 미약하게 왔던 피부 숙주반응조차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다. 대신 턱과 볼에 뾰루지가 나고 있다. 무지 많이. 하나가 괜찮아지면 하나가 생기는 것인지, 골수이식 받은 지도 어느새 반년이 되어가니 신생아에서 어느새 사춘기로 들어선 것인지..
피부 변화 외에도 전체적인 컨디션도 훨씬 좋아졌다. 지난 약 2-3주간 육체적인 무기력함이 엄청 강하게 왔었다. 이는 정신적인 우울함과 엄연히 구분되지만 둘은 밀접히 이어져있다. 무기력하게 있다 보면 정신적으로 처지게 되어 있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떨어지고 그냥 계속 자고만 싶어진다. 그래서 블로그도 한동안 손 놓고 방치에 가까운 상태였다. 속도 더부룩해서 잘 먹어지지가 않고 그러다보니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아진다. 그러다가 서서히 컨디션이 올라왔다. 하고 싶은 것들이 다시 많아졌다. 책에 다시 손이 가고 영화도 닥치는 대로 보는 중이다. 먹는 양도 늘었다.
이제 며칠 후면 한 달 만에 외래 진료를 간다. 오랜만에 점검할 혈액수치도 수치지만 몸 상태를 훨씬 정밀하게 알 수 있는 골수검사 결과가 잘 나왔을지 기대되고 걱정된다. 별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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