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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공포의 골수검사 (D+134)

Diary/투병일기(AML)

by 황제코뿔소 2020. 4. 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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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검사는 할 때마다 무섭고.. 아프다 ㅠㅠ

시작 단계인 소독부터 온 몸이 바짝 굳어있다. 그리고 바로 마취를 하는데 주사바늘을 꽂는 보통의 다른 경우보다 유독 아프다.

치과에서 사랑니를 제거한다고 잇몸에 마취주사를 맞아본 적도 있고 외래 진료를 갈 때는 혈액검사를 위해 매번 주사바늘을 팔에 꽂아야한다. 무균실에 있을 때도 발열 증상이 있으면 히크만 카테터가 아닌 팔에서 직접 체혈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골수검사 마취 주사는 저러한 경우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아프다. 바늘이 더 굵은가.. 바늘이 들어가는 부위가 피부조직이 얇은 야들야들(?)한 부위라서 그런가.. 심리적인 영향도 분명 있으리라.

마취하고나서 바로 골수를 뽑는 것은 아니다. 마취가 잘 퍼지도록 전공의 선생님이 검사 부위를 꾹꾹 누르면서 기다려준다. 1분도 채 안되서 "이렇게 하면 어때요? 느낌이 있어요?" 라고 물어본다. 마취가 잘되었는지 날카로운 것을 가져다 대는 것 같다. 보통 아직 따끔따끔하다. 사실 크게 느낌이 없을 때도 마취가 조금이라도 더 되도록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이전과는 달리 답정모드의 질문이 날아든다. "이제 괜찮죠?"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검사침을 넣을 때는 마취를 한 덕에 딱히 느낌이 없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다. 삽입된 검사침으로 골수를 빨아드리는데 이 단계가 고통스럽다. 여러 번의 흡인 중 맨 처음이 가장 아프다. 이 고통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통증과는 달리 극도의 뻐근함과 저림에 가깝다. 신경을 건드리는 듯한 그 불쾌한 느낌 때문에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설명하기 다소 애매하다..

 

2번 그림처럼 상의는 벗을 이유가 전혀 없다..

 

아무튼 바로 이 고통만 지나면 절반 이상은 끝난 것이다. 다음 단계인 조직 채취만 하고나면 끝인데 어디 베인듯이 따가움이 잠깐 느껴지는게 다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뻐근함과 함께 검사침을 빼고나면 끝이다.

검사 후에는 지혈을 위해 최소 2시간 동안 모래주머니를 검사부위에 댄 채로 누워있어야 한다. 엉덩이 쪽에 딱딱한 주머니를 대고 있어야하니 불편하지만 왠만하면 얌전히 누워있는게 좋다. 그래서 검사 전에 화장실도 미리 다녀와야한다. 검사 직후에 제대로 지혈을 안해서 피가 안 멈추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골수검사는 기본적으로 고통스럽지만 검사를 해주는 전문의에 따라 그 편차가 존재한다. 이는 온전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환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말이다. 나는 검사받을 때 마다 "천천히 얘기해주면서 해주세요" 라고 말한다. 너무 긴장한 탓에 이 말을 안했을 때도 한 단계 한 단계 얘기해주면서 검사를 진행했었다. 그렇게 교육을 받나보다. 검사받을 때 이렇게 얘기를 들으면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된다. 중요하다.

이번 골수검사 때는 마취할 때도, 이후의 단계에서도 비교적 덜 아팠다. 다만 본래 가장 아픈 단계인 1번째 흡인이 유독 아파서 순간 소리를 질렀다. 검사를 받고 나와보니 엄마가 검사실 바로 밖에 앉아계셨다. 소리 지르던데 많이 아팠냐고 걱정하시며 물으시는데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엄마가 그렇게 가까이서 기다리고 계실 꺼라고 생각도 못했고 나의 탄성이 그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또 아프게 한 것 같아서 내 마음도 아팠다.

골수검사를 받을 때마다 엄마는 눈물을 보이시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셨다. 물론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 지으셨는지는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골수검사한게 골수이식을 받은지 두 달 남짓 되었을 때니까 거의 2달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것 같다. 이번 검사 결과가 부디 좋게 나오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두 달 후 에 이 고통을 또 느껴야한다는 지레 앞선 걱정을 토닥이며 달랜다.

누워서 지혈받으며 블로그도 돌아보고 안부를 전해오신 모교 교수님께 메일 답장도 드리다가 잠에 들었다. 다행히 혈액수치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혈소판 수치, 호중구 수치가 다시 꽤나 올랐다. 이식 후에는 본래 왔다갔다 한다니 일희일비하지 않자고 다짐했지만 그게 그리 쉽나 ㅋㅋ

 

 

지혈이 잘되어 혈액내과 김희제 교수님 바로 뵙고 식당이 있는 지하에 내려가 엄마랑 간단히 배를 채웠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폐 숙주반응을 확인하고자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폐기능 검사도 받고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님도 잘 뵈었다. 1달 후인 다음 외래 때는 히크만을 떼지 않을까 싶다.

또 잘지내보자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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