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억제제를 끊은 지 어느덧 3주가 조금 넘어 간다. 약 6개월을 복용한 셈이다. 이식병동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들을 때 면역억제제를 최소 8개월 정도는 복용해야한다고 안내를 받았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언제 저 시간이 다 가려나 싶었는데, 이식받은 지도 어느새 반년이 넘어간다니.. 감회가 새롭다.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복용기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떠한 이식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복용하는 억제제 종류도 다르다. 소아 조혈모세포이식의 경우 사이폴 또는 산디문이라는 억제제를 처방받는다고 한다. 엄마로부터 골수를 받은 나의 경우 타크로벨을 먹었다. 비혈연간/가족간 이식을 받을 경우 나처럼 타크로벨 혹은 프로그랍이라는 약을 처방받는다고 한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 여러 제약이 있다. 우선 자몽이나 자몽주스를 먹어선 안 된다. 자몽을 과일 그 자체로 먹은 적은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즐겨마시던 스타벅스 자몽허니블랙티는 당연히 안 되거니와 포카리스웨트처럼 자몽추출물이 첨가된 이온음료도 금지다. 이 때문에 혹시나 싶은 음료들은 성분표시물을 반드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또한 간호사들이 면역억제제는 반드시 물과 함께 복용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무엇보다 억제제는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 내 약물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행여나 복용 후 1시간 이내에 구토를 했을 경우에는 다시 복용해야한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동안 식단은 살균식이다. 이게 참 힘든 점인데, 암을 이겨내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이 모든 제약 참아내야지 방도가 있겠는가.
최근 몇 주간 컨디션이 불안정했던 이유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억제제를 줄이는 과정에서 피부 숙주반응 등 신호가 바로 왔었기 때문에 억제제가 확실히 몸에 영향을 끼치는가보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한쪽 눈에 결막염이 왔고 코는 헐고 사타구니와 턱 밑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갑자기 여기저기서 증상이 일어났다. 결막염은 꽤나 심하게 와서 충혈은 말할 것도 없고 눈을 감고 있어도 욱신거림과 간지러움의 정도가 상당해서 안과 진료를 봤다. 성모병원은 혈액내과 만큼이나 안과가 워낙 유명하다. 환자들이 정말 우글거려서 유독 가기 싫은 진료과. 진료의는 살펴보더니 숙주반응이라고 진단했다. 추가로 찾아간 감염내과에서는 최근에 끊은 바크락스 대신에 새로운 항균제를 처방해줬다.
안과와 감염내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잘 복용하고 바르니까 증상들이 거의 다 없어졌다. 동시다발적으로 탈이 났을 때 걱정이 많았다. 요새 혈액수치가 좋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었고 백혈구 중에서도 면역을 담당하는 호중구 수치가 더 떨어진 탓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혈액검사 상으로는 호중구를 포함한 백혈구, 적혈구에 해당하는 헤모글로빈 그리고 혈소판 까지 전반적으로 수치가 올랐으며, 블라스트(미성숙세포-암)는 검출되지 않았다.
문제는 골수검사 결과이다. 주치의인 김희제 교수는 이식 후 1년 동안은 3개월마다 한 번씩 골수검사를 처방한다고 한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골수검사는 피하고 싶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공포이고 고통이다.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4월 초에 골수검사를 했었기 때문에 아직 3개월이 안됐지만 혈액수치도 주춤하고 컨디션 등을 고려해서 조금 당겨서 했다. 이때까지 한 검사들 통틀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아프지 않았다 ㅎㅎ 뭐 결과가 중요하지만 말이다. 내일 외래가면 알려줄 터인데, 벌써부터 두근거리고 걱정된다. 별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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